UPDATED. 2024-04-27 20:05 (토)
주의·경고 느는데‘등재지 자격’그대로?
주의·경고 느는데‘등재지 자격’그대로?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6.2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문사회 분야 학술지 운영실태 분석했더니

인문사회 분야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A학술지는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다. 같은 대학 소속 연구자의 논문 투고율(22.1%)이나 게재율(43.8%) 등 객관적 수치만 놓고 보면 이 학술지는 비교적 ‘건전한’ 학술지에 속한다.

논문 투고자나 심사자 등을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정학과의 교수 두 명이 집중적으로 논문을 게재하고 있다. 2009~2010년, 2년 동안 여덟 차례 발간된 학술지에 ㄱ아무개 교수는 네 차례, ㄴ아무개 교수는 다섯 차례 투고해 모두 게재됐다(게재율 100%). 특히 ㄴ아무개 교수는 4회 연속으로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심사자를 보면 학술지라기보다 특정 학과의‘기관지’에 더 가깝다. 심사자의 절반 가까이가 특정 학과 교수로 구성됐다. 이 대학 관계자가 투고한 논문 32편 가운데 14편이 게재됐는데, 이 가운데 12편은 심사위원이 모두(3명) 특정 학과 교수였다. 이 학과 교수가 투고한 논문을 세부전공이 같은 이 학과 후배 교수가 심사하기도 했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교육학)는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학회에서 발행하는 등재(후보) 학술지보다 대학에서 발행하는 학술지가 더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객관성 확보나 질 관리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명 국·사립대에서 발행하는 인문사회 분야 등재 학술지 3종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발행하는 인문사회 분야 등재 학술지 2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김춘진 민주당 의원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개최한‘학술지 평가제도 개선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가 분석한 학술지 발행 실태를 좀 더 들여다보자. 역시 대학에서 발행하는 C학술지 역시 객관적 수치로만 보면‘건전한 학술지’다. 그러나 이 대학 관계자가 투고한 논문을 이 대학 교수가 심사한 경우가 다섯 차례나 발견됐다. 박사학위 지도교수의 논문을 제자가 심사하거나, 제자의 논문을 지도교수가 심사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발행하는 D학술지는 대학 부설 기관이 아니라 학회에서 발행한다.
그런데도 특정 호수에 게재된 논문 9개 가운데 8개, 7개 논문 가운데 4개가 특정 대학 관계자의 논문인 경우가 발견됐다.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긴 하지만 특정 대학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발행하는 학술지인 셈이다.

지역에서 발행되는 E학술지의 경우 전체 게재율은 75.3%지만 특정 대학 관계자와 해당 지역 연구자가 투고한 논문의 게재율은 85.7%에 달한다. 특정 대학 관계자가 투고한 논문 14편 가운데 탈락한 논문은 겨우 2편에불과하다.

대학에서 발행하는 등재 학술지의 질 관리 문제는 한국연구재단의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3월 25개 대학부설 연구소가 발행하는 학술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9종이 경고를, 17종이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같은 대학 소속 연구자의 게재율이나 심사 건수 비율이 90% 이상이면‘경고’, 60% 이상이면‘주의’다.

김 교수는“기준이 굉장히 느슨한데도 이렇게 많이 주의나 경고를 받았다는 데서 학술지 관리가 얼마나 느슨한지 알 수 있다”라며“그런데도 등재 학술지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평가 시스템과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