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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은 복지 문제다
‘반값 등록금’은 복지 문제다
  • 박경신 고려대ㆍ법학전문대학원
  • 승인 2011.06.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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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_ 감사원‘등록금 감사’와 대학구조조정

감사원이 대학들의 등록금 산정기준을 감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협의회는 정부의 GDP대비 고등교육지원을 지금의 0.6%에서 OECD 회원국가 평균인 1.2%로 상향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며 모든 책임을 대학에 돌리고 있다며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기 전에 부실대학 퇴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도 강하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립대 하위 15%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중단을 국공립대 하위 15%에 대해서 정원감축을 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들에게 지원을 집중해 등록금을 낮추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학이 우선 제대로 쓰면 정부는 더 주겠다는 전반적인 기조에는 공감이 간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학들 간의 등록금 담합에 대해서 조사하겠다고 한다. 틀림없이 등록금 인상분의 일부는 묵시적 담합의 요소가 있다. 그러나 국가가 순지출을 늘리지 않고 등록금 줄이기에만 연연하면 反복지가 될 우려가 있다.

지금 정부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대학생 숫자의 감축(어림잡아 10%)을 전제로 하거나 그런 위험을 수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학등록금 문제의 뿌리는 바로 대한민국에서 고졸출신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다. ‘대학가야 사람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삶의 질은 대졸 출신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나락에 떨어뜨리면서 어차피 대학 나와서‘사람대접 받을 사람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대학문호가 좁아지니 성적이 가장 중요한 현재의 대학입시제도 하에서는 사교육비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사교육비 문제의 뿌리도 대학등록금 문제의 그것과 같다. 바로‘고졸’의 비애다. 정부계획하에서는 대학등록금이 줄어드는 만큼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다. 참고로 고등학교 사교육비도 서울지역의 경우 연 8백만원을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총정원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하고, 등록금지원을 위한 순지출 역시 대폭 늘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문자 그대로“무조건 우리들의 등록금만 낮춰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복지의 문제로 봐야 한다. 복지의 문제로 본다는 것은 사회정의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며, 사회정의 문제로 본다는 것은 사회전체의 균형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의 기회의 평등을 위해 등록금을 낮추는 것은 좋지만, 낮추는 만큼 대학에 못간 사람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전체적으로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의 총계는 더욱 오를 수 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졸-고졸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더욱 대학졸업장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전사회적 시각으로 보자면, 대학등록금 만을 줄일 것이 아니라 고졸취업자들을 위한 복지혜택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하면 도리어 대학등록금이나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대학진학률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도 있고 더 적은 숫자의 대학생을 지원하므로 대학등록금을 더욱 줄일 수 있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의 공짜대학교육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유럽의 고용보험제도도 같이 부러워해야 한다. 진정한 보편적 복지는 정녕 대학에 갈 능력이 없는 사람만큼은 반드시 상대적 빈곤의 질곡으로부터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정부가 순지출을 대폭 늘리지 않고는 대학등록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들에게서 모든 해결책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감사원 감사의 경우 부실과 비리도 일부 밝혀내겠지만, 대학들이 등록금 완화를 위해 적립금을 쓰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할 공산이 크다. 물론 대학들이 교육의 질을 건물로 치환해서도 안 되겠지만 건축의 필요성을 국가가 평가하는 것도 우습다.

또 무조건 하위 15%를 제재한다는‘상대평가’방식 역시 아무리 대학이 잘해도 하위에 들면 제재당하는 부당성이 있다. 공정거래위 조사와는 달리 감사원과 교과부 구조조정 모두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계획 중에 한 가지 무조건 반가운 것이 하나 있다. 성적우수장학금에서 가계곤란 장학금으로의 전환이다. 반값등록금 문제는 소위‘미래인재의 육성’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문제임을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박경신 고려대ㆍ법학전문대학원
하버드대 물리학과 및 UCLA 로스쿨을 졸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 생활교육혁신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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