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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단적 소통' 모택…고민 담을 방법론 제시해야
'황단적 소통' 모택…고민 담을 방법론 제시해야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3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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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한국비교문학회, 부산외국어대 비교문화연구소 '正典과 비교문학의 과제'

한국비교문학회(회장 정정호 중앙대 교수, 영문학), 부산외국어대 비교문화연구소, 부산대 HK 고전번역+비교문화학연구단이 지난 27일부터 이틀 동안 부산외국어대에서 2011년 춘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正典(Canon)과 비교문학의 과제'라는 대주제와 관련된 주제 발표 및 개별 주제 발표 등 총 16개의 발표와 지정토론 그리고 종합토론으로 이어진 자리였다. 세 곳이 함께 주최했지만, 이들의 공통분모는 '比交文學'이었다.

'비교문학(Comparative literature)'은 두개 이상의 언어, 문화 혹은 국가 그룹간의 문학을 다루는 학문 분야이다. 한국근대문학 초기 프랑스의 상징주의 영향이라든가, 이광수와 나쓰메 소세키를 비교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이질적 영역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영향 주고받기' 등을 따지는 것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의 차원까지 겹쳐져 논의 차원이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가 내세운 주제 '정전과 비교문학의 과제'는 사실 逆順으로 읽는다면, 그 의미가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문학과 문화의 영역에서 이질적인 언어권, 지역, 국가의 예술가들, 텍스트들이 상호 교섭한다면, 이를 연구하는 방법론 문제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에서 영화, 미술까지 논의 확대

이번 학술대회가 추적한 '비교문학의 과제'는 무엇으로 집약될까. 국문학, 영문학, 일문학, 미술 분야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란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고민의 흔적은 역력하지만, '과제'를 공유할 전체적인 지도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은 정전이 왜 문제가 되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해 전근대와 근대, 서구와 비서구에서 정전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정전의 연구는 어떻게 전개됐는지, 앞으로 정전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하는 문제들을 논의했다. 또한 문학 외에 다른 분야에서 정전과 관련한 논의들이 펼쳐짐에 따라 '횡단적 소통' 가능성도 제시했다.

특히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초기 자국 문학에서의 '정전화' 현상을 비교 검토했다는 것, 문학에 편중됐던 기존 비교론적 관점에서 영화, 회화 등으로까지 범주를 확대했다는 것, 그간 상대적으로 논의에서 주변화됐던 전래동화, 소화(우화) 등의 영역을 논점화했다는 것 등은 기억할 만하다. 또한 이러한 접근으로 짐작할 수 있듯,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기보다 각 학문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현재적 과제를 시사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정정호 학회장은 "지금까지 전개된 정전에 관련한 논의들은 서구 중심적으로 이뤄져왔으며, 그 결과 정전의 목록이나 세계문학의 개념 및 운용도 서구중심주의에서 과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정전의 정전성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토와 민주적 합의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이를 ‘타자’의 입장과 맥락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작업으로 학술대회를 준비했다"라고 개최 의도를 밝혔다.

첫째 날 1세션 발표에는 김정혜(부산외국어대), 한지희(경상대), 노연숙(서울대) 교수가, 2세션에서는 이영석(한양대), 김준환(연세대), 김영민(동국대) 교수의 발표가 이어진다. 둘째날 1세션에서는 이효석(부산대), 서영미(동국대), 왕성(고려대), 2세션에서는 김철수(전주대), 금영진(일본 릿쿄대), 3세션에서는 안영희(영남대), 강정화(고려대), 마지막 세션에서는 김창현(공주교대), 남진숙(동국대) 교수 등이 발표했다. 

고전연구와 비교문화의 만남

「왜 '고전연구'는 '비교문화'와 결합돼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김용규 교수(부산대 인문학연구소)의 짧은 논의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술대회 전체 주제를 집약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중심의 문화 간 역학관계를 통해 본 고전의 형상 △문화 간 수평적 교류를 통해 고전 및 고전연구의 틀 구축 △생태론적 인문정신에 근거한 고전의 정체 등을 묻는 작업을 과제로 제기했다.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이영석 교수의 「피카소와 스타인, 그리고 새로운 글쓰기 정전이 확립」은 매우 매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피카소가 시를 쓴 사실과 그의 회화적 변화가, 스타인의 글쓰기가 어떻게 '새로운 글쓰기 정전'을 확립했는지 보여주는 구체적 준거틀과 논증 과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금영진 릿쿄대 교수가 분석한 「이솝이야기와 동아시아 문학사」는 짧은 내용이지만, 비교문학적 분석의 묘미를 드러낸 논문이었다. 그는 서구에 유포된 이솝이야기가 어째서 동아시아에서 특정한 변주를 보이는가에 의문을 품으면서, 여성에 비판적이었던 내용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가 제시한 결론은 이솝이야기가 인도를 거쳐 동아시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두 번의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라는 것.

즉, 오리엔트와 서구에서는 논쟁에 있어서의 공격과 반박의 기술과 도구로서 이용되는 일이 많았던 이솝이야기 속의 공격적인 교훈과 내용이, 인도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간의 성적 욕망이나 어리석음 등에 대한 자기성찰과 깨달음이 화두인 인도문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 결과 여자에 대한 공격적인 견해가 많이 줄어든 대신, 인간일반의 어리석음에 대한 교훈적인 견해가 이야기의 주를 이루게 됐다는 추론이다.

또한 중국과 조선에 유포되는 과정에서도 교훈중심이었던 우화가 웃음중심의 소화로 다시 한번 모습을 바꾸면서 교훈성과 공격성이 감소됐다.

그러나 금 교수가 조선에 유포되는 과정에서 교훈성과 공격성이 줄었다고 본 것은 일면적인 평가다. 공격성은 감소됐더라도, 골계의 특성상 '교훈성'은 좀 더 완화되면서 확산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설된 '부산외국어대 대학원 비교문학문화학과'가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비교문학 연구가 활발하긴 하나, 구심점이 될 '학과'가 부재하다는 것도 이날 학술대회를 주최한 학회, 연구소 그리고 연구자들이 해결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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