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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투쟁’ 잠재운 대화의 리더십
‘개나리 투쟁’ 잠재운 대화의 리더십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4.18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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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총장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지난해 9월 1일 이후 새로 임기를 시작한 총장은 모두 43명이다. 이 가운데 13명은 이른바 ‘연임 총장’이다. 교수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고, 설립자 2세 등 친인척이 4명이다. 윤경철 부산가톨릭대 총장(신부)을 포함하면 재단 관련 인사는 5명으로 늘어난다. 관료 출신 총장 2명도 연임 총장에 포함됐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
서거석 총장은 전북대에서 총장 선거가 실시된 이후 최초의 연임 총장이다. 거점 국립대를 통틀어도 세 번째다. 서 총장은 “지난 4년간 추진해온 사업들에 대해 구성원들이 높은 점수를 줬고, 앞으로 전북대의 위상을 더 높여 달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서 총장 취임 이후 전북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거점 국립대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와 QS의 ‘2010 아시아대학 평가’에서는 전국 14위에 랭크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대학 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결과’에서도 전북대는 연구비 총액에서 전국 톱10(9위)에 들었다.

전북대의 위상이 이처럼 빠르게 높아질 수 있었던 데에는 서 총장의 리더십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서 총장은 ‘섬김과 소통의 리더십’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007년부터 학기마다 단과대학 순회 간담회를 열어 주요 정책을 설명하고 여론을 수렴한다. 전북대 관계자는 “합리적 리더십의 소유자로, 사업을 추진할 때도 바로 시작하지 않는다. 구상했다가 미리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하기 때문에 좌초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첫 4년 동안 서 총장은 연구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연구 분야에서 승진요건을 대폭 강화했고, 정년보장 교수들에게도 일정량의 논문을 쓰게 하는 ‘연구실적 하한제’와 일정 기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퇴출하는 재임용 규정도 도입했다. 앞으로 4년은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보다 역점을 둘 생각이다. 기초교육원과 교수ㆍ학습개발센터를 통해 기초교양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원 교육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
미국 하와이대 교수 출신인 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도 지난해 1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여 총장은 ‘등록금 소요를 잠재운 대화의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첫 취임 당시만 해도 한국항공대는 매년 등록금철만 되면 본관 건물과 총장실이 점거당하는 일을 겪었다. 합리적 등록금 책정을 고민하던 여 총장은 ‘등록금 예고제’를 학생회에 제안했다. 가계 소득 수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제도를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와 학생들은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고, 정기적으로 ‘Town hall Meeting’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재정규모는 두 배 가까이 키우고 등록금 의존율은 45% 수준으로 낮췄다. ‘머물고 싶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다목적 잔디 운동장을 조성하고 4개의 건물을 신ㆍ증축했다. 내년에는 연구ㆍ강의동을 완공하고 실내 체육관과 제2기숙사를 건립한다. 교육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나서면서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1984년부터 2006년 총장 취임 전까지 미국ㆍ일본 등지에서 활동한 해외파인 여 총장은 영어강의 가점제도를 폐지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해 주목받았다. 대신 ‘고급영어’ 과정을 개설하고 해외 인턴십 확충과 국제교류 프로그램 다양화를 통해 학생들의 영어 선택권을 높여줬다.

학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무리한 추진이나 독단적 결정을 지양했다. 조직적 관점에서는 ‘개혁’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장점을 살리며 다함께 하는, 속도 조절이 가능한 ‘진화’를 추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 여 총장의 신념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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