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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지침 따라도 ‘종전이사’ 복귀?
교과부 지침 따라도 ‘종전이사’ 복귀?
  • 나인호 대구대·역사교육과
  • 승인 2011.04.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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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대구대 ‘정상화’, 쟁점은 이렇습니다

나인호 대구대·역사교육과
현 정부 들어와 사립학교 법인을 이른바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김영삼 정부 이후 많은 사학들에서 각종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사들이 퇴출당하고 이들을 대신해 국가가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학교를 운영해왔다. 이제 정부는 이들 학교의 임시이사체제를 종식하고 서둘러 정이사체제로 전환시키려고 한다.

정부의 ‘정상화’ 노력은 논리적 필연성을 지닌다. 그런데 문제는 ‘정상화’의 내용이다. 그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많은 학교들에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비리로 인해 이사 자격을 박탈당한 종전이사들에게 학교의 운영권을 돌려주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특히 상지대에서는 국가 기구의 이러한 처사에 반발해 대규모의 분규가 일어났으나, 교과부와 사분위는 결국 사학비리의 상징으로까지 불렸던 인사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덕성여대와 함께 필자가 속해있는 대구대가 ‘정상화’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덕성여대 학생들은 비리재단 복귀반대를 외치며 반발하고 있고, 대구대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와 교직원 다수가 힘을 합쳐 강력하게 비리재단 복귀 움직임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 특히 대구대는 그간 교과부가 정한 지침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정이사 후보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와 사분위는 이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사분위 위원들은 비리로 퇴출된 종전이사에게 다시 학교를 맡기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부연하자면, 대구대 구성원들의 합의안은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설립자의 건학정신 계승과 유족과의 합의를 존중해 설립자의 장손을 중심으로 정이사 체제를 구성하려는 것이다. 반면 종전이사들의 그것은 학교 구성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이뤄진 안이다. 이들은 그간 학교 구성원들과 그 어떤 대화에 나선 적도 없고, 지난날의 파행적 경영에 대해 한마디의 사과나 향후의 학교 발전에 대한 그 어떤 비전도 제시한 바 없다. 오히려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틈만 나면 ‘친북좌파’로 매도하거나, 자신들이 복귀했을 때는 ‘최대한’ 자르지 않겠다고 은밀한 협박을 가하면서 교수와 직원들에게 공포와 모욕감을 주고 있다.

이른바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들의 눈에는 학교란 단지 사유재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슈퍼마켓과 같이 이윤창출을 위한 사유재산인가? 우리의 상식에 의하면 사립학교는 교육이라는 공익을 위해 사회에 헌납된 공공성을 갖는 재산이다. 이는 구한말부터 내려온 사학의 전통이나 외국의 경우에 비추어보면 자명한 사실이다.

교육이란 명백히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 교육은 한 개인과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문제이다. 따라서 아무런 철학도 비전도 없이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을 약탈하다시피 하는 사학재단들, 면세 혜택 등 각종 특혜와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몸집을 불리면서 학교를 단지 사유재산의 유지 내지 증식의 수단처럼 여기는 사학재단들이 존재하는 한 교육의 공공성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학의 비중이 70% 안팎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생각해볼 때 이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필자는 모든 사학재단이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훌륭한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에 기여한 건강한 사학들 또한 많으며, 공교육에 있어서 이들의 기여가 결코 폄훼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답답한 것은 건강한 사학과 비교육적 사학의 문제를 구별해서 보려는 혜안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분위는 성명서에서 상지대 사태를 ‘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자주성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으로 묘사한 바 있다. 비교육적 비리재단이 이른바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미명으로 자신을 은폐하려는 기도가 국가기관에서 그대로 통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 개념이 없는 자들이 외치는 ‘사학의 자율성’이란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대구대 구성원들의 투쟁은 ‘일상의 민주화’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 싸움은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들을 공교육의 주체가 아닌 주인과 종복의 관계로 생각하는 권위적인 사학재단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교육 주체들이 매일 겪는 일상에서의 민주화야말로 사학의 자율성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아울러 사적 영역에서의 민주화없이 이뤄진 민주적 정권교체가 얼마나 덧없는 것이었던가를 포스트 노무현 시대가 뼈아프게 가르쳐주고 있음도 상기하자.

나인호 / 대구대·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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