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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통한 지성의 변화는 지식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온라인'통한 지성의 변화는 지식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3.27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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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집단지성의 정치경제』(조화순·민병원·박희준·최항섭 지음, 한울, 2011.3)

책의 부제는 ‘네트워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힘의 핵심이다. 위키피디아 무료 백과사전, 아마존닷컴의 평점시스템,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이 모든 것들이 ‘지식’의 재구성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시대다. 조화순 연세대(정치외교학과), 민병원 이화여대(정치외교학과), 박희준 연세대(정보산업공학과), 최항섭 국민대(사회학과) 교수가 함께 쓴 『집단지성의 정치경제』는 바로 이와 같은 사이버상의 지식공간에서 펼쳐지는 지성의 변화와 그것을 가능하게 한 메커니즘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간결하다. “이제 지식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 생산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만든 지식이 지식의 체계 안으로 새롭게 편입됨에 따라 지식의 생산주체 및 생산방식의 변화, 더 크게는 그러한 지성을 활용하는 지성 자체의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지가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 사전의 오류를 비교한 결과, 잘못됐다고 밝혀진 정보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이 온라인 사전이 ‘무료’라는 점에서, 그리고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는 점에서 매력은 더욱 확산된다. 

집단지성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단편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정보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지식생산과 지식 공유, 지식의 저변에 깔린 공동체 정신에 관한 현상과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의욕을 밝혔다.

이들 네 교수의 시선은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지식생산 메커니즘의 변화’를 응시하면서, 최근 10년간 전개된 ‘지식 공유’의 증폭 현상을 따라가고 있다. 이들의 질문은 매우 원론적이다. ‘이러한 지성의 변화가 지식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저자들은 집단지성 연구에 경영학·사회학·정치학 등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집단지성이 구현되고 발현될 수 있는 배경,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정책적인 환경, 집단지성을 국가와 개인의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활용방안 등이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지난 2002년 번역 소개된『집단지성』의 저자 피에르 레비는 ‘전문가 지성의 협업 가능성’을 당시 시사했지만, 네 명의 저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전문가 지성의 협업’이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지적한 대목은 음미할만하다. 전문가 지성으로서의 집단지성이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지식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줘야 하는데, 사실은 ‘폐쇄성’을 보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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