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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대학에서 학부교육이 중요한 이유
연구중심대학에서 학부교육이 중요한 이유
  • 마이클 박 KAIST-역사학
  • 승인 2011.03.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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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 어디로 가나 ⑪ KAIST

KAIST의 장기 목표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과학기술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그야말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해왔다. 그로인해 놀랄만한 변화가 있었고,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 또한 적지 않게 부각돼,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학부교양교육 개혁 또한 다를 바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학교의 정체성과 맞는 교양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 먼저 해명해야할 것은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용어다. 이 용어는 결코 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이는 ‘research university’라는 영어 용어를 번역한 것으로, 대학의 전통적 사명인 교육과 더불어 연구 또한 중요시 한다는 뜻에서 사용되기 시작된 용어다. 미국 같은 경우 MIT나 Caltech 뿐만 아니라 하버드, 예일대 등도 ‘research university’로 분류된다. 이 모든 해외 명문대학들이 학부교육을 중요시 하듯이 KAIST 또한 교육과 인재양성에 많은 힘을 기울인다.

KAIST의 기본 교육목표는 창의성과 인성, 전문지식과 리더십을 균형적으로 갖춘 과학기술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은 사실상 학생들이 KAIST에 진학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문제로 한국의 교육제도는 아직도 이과와 문과를 나누기 때문에 학생들은 불균형적인 교육을 받는다. 이과과정 출신인 대다수의 KAIST 학생의 경우 교양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학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Caltech, 인문사회 전임교수만 17~18% 차지

영어교육 또한 그렇다. 2007년부터 KAIST는 90% 이상의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제도를 실시해왔고 이에 대한 마찰이 적지 않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마찰의 주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그 많은 시간과 노력, 심지어 부모님들의 경제적 희생에도 불구하고, 영어실력이 미달인 학생들을 적지 않게 배출해내는 교육제도에는 문제가 없을까. 6~10년 동안 영어를 공부한 학생들에게 영어강의를 들으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KAIST는 교양교육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교양을,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그야말로 다각적인 수습작업을 해왔다. 특히 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극히 제한된 학점 배분과 모자라는 인력을 가지고 이 작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KAIST의 이상이라 할 수 있는 Caltech의 경우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수가 전체의 17~18%에 달하나, KAIST에는 이 분야 전임교수가 전체의 5%도 안 된다.

과학기술만 가르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

이런 어려운 여건 안에서 KAIST는 교양교육혁신을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자들에게는 과학기술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스티븐 잡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성공한 이유는 우리 팀 멤버들의 교양적 취향 때문이었다. 이들은 음악가, 시인, 예술가, 또는 역사가인 사람들이 세계최고의 컴퓨터 전문가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한 것이다.”

캠퍼스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영어강의 또한 필수다. KAIST에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또한 중요하고, 많은 한국인 학생들도 영어강의와 더불어 국문 논술실력 및 독서능력의 향상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영어강의와 한국어 강의의 비중을 어디에 두는 것이 학부 교양교육을 위해 이상적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토론될 이슈다.

교양교육의 정의 및 운영은 KAIST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풀어야할 화두다. 이는 외국 명문대에서도 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예컨대 최근 하버드대에서는 교양과정 개혁에 대해 큰 논쟁이 있었고 개혁결과에 대한 불평은 아직도 자자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나 같다. 수업시간은 제한되어 있는 반면, 지식은 급증하고 있고, 그 중 학생들에게 지식인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사항을 선택해 주어진 시간 안에 전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고, 개방적이며, 때로는 도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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