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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논쟁 뛰어든 두 국문학자
작심하고 논쟁 뛰어든 두 국문학자
  • 북학 기자
  • 승인 2011.03.14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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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설 서울대 교수와 황종연 동국대 교수

두 사람이 지금 논쟁의 한복판 속으로 뛰어들었다. 정 교수는 조선후기 고전소설이 주전공이다. 황 교수는 근대문학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다.

정병설 서울대 교수
정 교수는 최근 출간된 <역사비평>94호에 「길 잃은 역사대중화-이덕일의 『사도세자의 고백』에 대한 비판」을 게재, 이덕일 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역사대중화를 선도했다고 평가받은, 일부에서는 팩션(f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 이 책을 두고 그는 “사실에 기초한 역사서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대중역사서’가 아니라 ‘가짜역사서’라고 비판했다.

발단은 정 교수가 한 출판사가 마련한 인터넷 카페에 혜경궁의 『한중록』에 관한 강의를 시작한 데 있다. 정 교수는 강의를 통해 『사도세자의 고백』을 정면 비판했다. 이덕일 소장의 『한중록』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혜경궁은 사도세자의 일로 친정이 몰락하자, 그것을 변명하기 위해 『한중록』을 지었다.” 이것이 이 소장의 역사 해석이지만, 정 교수는 사료와 논거를 제시해가면서 이를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해 한 일간지에 “지엽말단적인 부분만 문제 삼아 막무가내로 ‘학자가 아니다.’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주류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다른 프레임을 제시한 것인데, 그 프레임에 대한 정면 비판은 하지 않으면서 몇 가지 부분만을 문제 삼아 전체 논지를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문학 전공자인 정 교수가 이같은 비판적 반론을 제기한 데는 “한 가지 일을 확대 해석해 무리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경계할 일”이라는 자각이 작용한다.  “대중역사서의 역사 왜곡 문제는 학계에서 정밀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황종연 동국대 교수
황종연 교수의 논쟁 대상자는 김흥규 고려대 교수(국문학)다. 김 교수는 <창작과비평>(「신라통일 담론은 식민사학의 발명인가」, 2009년 가을호., 「한국 근대문  학 연구와 식민주의」, 2010년 봄호)을 통해 두 차례 황 교수를 비판한 바 있다.

황 교수는 <문학동네> 66호에 「문제는 역시 근대다-김흥규의 비판에 답하여」를 발표하며 포문을 열었다. 첫 번째 비판 글에서 김 교수가 겨냥한 것은 『신라의 발견』(황종연 편, 동국대출판부, 2008)에 수록된 「신라의 발견- 근대 한국의 민족적 상상물의 식민지적 기원」(황종연)과 같은 대학 역사교육과 교수인 윤선태의 글 「‘통일신라’의 발명과 근대역사학의 성립」이다. 김 교수는 이들의 글에서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통일신라론이 일본의 동양사상가 하야시 다이스케에 의해 19세기 말에 창안됐다’는 대목에 주목, ‘식민주의 특권화’의 혐의가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나의 신라론은 식민지시대 조선어 텍스트에 표상된 신라를 조선인과 일본인이 서로 접촉하는 지식의 경계 위에 놓고 보려는 시도”인데, 자신이 제기한 신라론의 ‘탈식민주의적 측면’을 김 교수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일축한다.

그는 두 번째 비판에 대해서도 “근대문학 형성의 트랜스내셔널한 국면에 주목하려는 작업을 ‘식민주의 특권화’로 간주하는 그의 발언에서 70, 80년대 한국학계에 식민주의 사관의 싸움 속에서 형성된 낡은 비판 모델의 지루한 延命을 느낀다”고 응수한다. 자신이 주목한 ‘언어횡단적 실천 개념’은 민족문학의 역사적 연속성을 입증하는 수단이 아니라 민족문학 자체를 역사화하는 수단인데, 이를 김 교수가 잘못 읽어냈다는 지적이다.   

그가 구축한 논리적 핵심은 “한국 역사나 문학 연구가들은 한국 민족을 주어로 놓고 근대를 술어로 놓는 담론 방식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에 정립돼 있다. 그의 사고 속 핵심은 “민족이 어떻게 근대를 겪었는가가 아니라 근대가 어떻게 민족을 만들었는가”에 있다. “한국이 어떻게 지금의 한국이 됐는가를 알기 위해 우리는 민족보다 근대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역시 근대다” 라고 말할 때, 그는 새로운 논쟁의 주체들을 맞을 채비를 마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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