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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30%에게 전액장학금 지급하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30%에게 전액장학금 지급하자
  •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 승인 2011.02.2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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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특집] 등록금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_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연세대가 올해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평균 등록금이 명지대 다음으로 높은 탓이다. 사진은 연세대 총학생회가 백양로에 내건 플래카드. <사진 최성욱 기자>

대학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1988년 등록금 자율화 이후 물가인상율의 두 배 이상 가파르게 인상되어온 등록금은 이제 연간 1천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소득의 30%에 달하는 이 엄청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지금 필요한 일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명박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학자금  대출이다. ‘취업 후 상환’할 수 있다는 매력은 있지만, 2~3천만원의 대출금은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으로 남는다.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보다 휴학을 선택하는 이유도 ‘누적된 대출금’으로 인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재정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키지 않고 유예시키는 정책으로는 등록금 수렁에서 우리 학생들을 구해줄 수 없다.

반값등록금, 불성실한 학생까지 혜택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다시금 ‘반값 등록금’의 깃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켜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것. 반값등록금 주장은 반값 아파트만큼이나 매혹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매혹적인 만큼 실현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간단히 계산해서 연간 대학등록금은 2009년 기준으로 14조원 가량 된다. 이를 절반을 줄여주기 위해서 등록금을 동결한다고 해도 연간 7조원의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교육부의 고등교육예산 전체가 6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값등록금 주장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까지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국가의 재정지원은 무임승차를 차단해야 하고 자력구제의 원칙, 즉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포괄적 방식의 반값등록금으로는 이러한 원리를 구현할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국민의 세금이 불성실한 학생에게도 ‘공평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2명밖에 못받는 성적장학금 구조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전액장학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모든 대학에서 재학생의 30% 정도에 대해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적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성실한 학생들의 경우 학비 걱정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물론 재정상황이 좋아져 50% 이상까지 전액장학생이 확대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현재 대학의 장학제도는,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전액장학금을 받기 매우 어렵게 돼 있다. 등록금의 10% 이상을 장학금이나 학비감면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성적장학금으로 사용하는 비율도 압도적이지 않다. 게다가 전액장학생 비율은 극히 낮다. 학과나 학년 수석 정도가 전액장학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명에 1~2명 정도 전액장학금을 받는 구조에서는 공부만으로는 등록금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30명 중 9~10명이 전액장학금 대상이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수혜 가능성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에 ‘알바’에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수업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자비로 감당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해결하면 된다. 가난한 학생(가계 곤란자)들의 경우 생활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생활보조비를 융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즉 30% 이상의 전액장학금 지급을 중심으로 하되 학자금 대출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면 불성실한 학생의 무임승차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자력구제의 원칙도 구현될 수 있다.이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은 돈 걱정 없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부분적인 무상교육 실현
전액장학금 30%론은 반값등록금 주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남은 절반까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이다. 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30% 정도에 대해서는 전액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학문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자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대학평가에서도 전액장학생 규모를 중시함으로써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입학 때부터 학과나 학부단위로 적용한다면, 등록금이 없이 대학에 못가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학생의 경우, 자신이 상위 30%에 들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한다면 등록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겠지만, 소꼬리보다 닭 머리로 살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원하는 대학을 꼭 가야한다면, 자비나 학자금 융자를 통해 등록금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학 10%, 정부 20% 재정 부담
문제는 전액장학금 확대방안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재학생의 30% 정도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어느 정도 재정 부담이 될 것인가. 필자의 방안은 대학과 정부가 10 대 20으로 분담하는 방식이다. 대학은 의무적으로 등록금의 10%를 장학금(학비감면 등)으로 지급해야 한다. 성적, 근로, 봉사, 보훈, 교직원직계, 가계곤란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10%의 장학금이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급되는 10%의 학비감면을 전액장학금으로 돌린다면, 대학이 감당해야 할 부분은 해결된다. 근로장학생 등 행정지원 비용을 장학금으로 대체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정부담은 대학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 20%는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 대학의 등록금(전문대, 대학원 포함)은 14조원 규모. 여기서 20%는 2조8천억원 정도다. 기존의 1조원 가량의 등록금 관련 예산을 기반으로 하고, 나머지 1조8천억원은 고등교육예산 가운데 대학생 지원 부분을 모으고, 일부 부족한 부분은 재정을 확충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규모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우리가 고려할 점은,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취업 후 상환제가 현재 수준으로 계속될 경우 재정 부담이 연 3~4조원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재정 부담은 확대되는 반면 연체자는 더욱 양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액장학생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재정부담 규모를 고려할 때,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보다 재정적 부담도 적을 뿐 아니라 훨씬 교육적 효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외 외부장학금이나 기업의 기부금을 활용한다면, 전액장학금 수혜대상을 35%까지 올릴 수 있다. 2008년 기준 외부장학금은 3천300억원으로 전체 장학금의 2.4%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5% 수준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대학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혜택을 정치기부금 수준으로 확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럴 경우 전체 학생의 35% 정도가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주요 대학의 경우 40% 규모까지 가능할 것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성실한 학생 대부분이 ‘반값’이 아니라 ‘무상으로’ 대학교육을 향유할 수 있다. 전액장학생 ‘30%+α’에 의해 무상교육의 꿈은 부분적이나마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열공’ 분위기 교육의 선순환구조 구현
전액장학생 30%방안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재정지원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업분위기를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는 기대다. 학생들은 상위 30%에 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고, 30% 진입경쟁이 치열할수록 수업내용과 평가에 민감해질 것이라는 것은 불보다 뻔하다.학생들간 성적 경쟁이 치열할수록 교수들은 학점주기가 힘들어진다. 평가의 어려움은 수업내용의 심화로 이어지고, 그 결과 교수들도 교육에 더욱 충실하게 될 것이다. 전액장학금을 받기 위한 ‘열공’ 분위기가 수업내용과 평가의 엄밀화를 가져오고 그것이 교수들의 교육노력 심화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는 이유는 공부하기 위한 것이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와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전액장학생 30%방안만큼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 대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최영진 편집주간 /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또 다른 기대효과는 대학서열화를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압박이 심화될수록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전액장학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차상위 대학을 지원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사회진출에 있어 대학별 상위 30%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구태여 대학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상위 30%에 들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상당히 자의적 것으로 보이지만 20 대 80의 법칙에 고려한다면 상위집단의 하위 30%보다 차상위집단의 상위 30%가 수월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적 지혜를 인력충원에 반영한다면, 대학서열화도 부분적으로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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