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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한국사학계, 지성과 야성 회복해야”
“무기력 한국사학계, 지성과 야성 회복해야”
  • 최익현
  • 승인 2011.02.2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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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제78호(2010.12)에 실린 ‘시론’이 두고두고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오수창 서울대 교수(국사학과)다. 「한국사학의 의제 설정을 위하여」라는 글이다. 오 교수는 이 글에서 한국사 연구자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분발을 자극하고 있다. 그의 ‘자극’ 이면에는 한국사학계가 직면한 위기감이 엿보인다.
“선배와 스승, 기존 학계의 무기력하고 판에 박은 듯한 연구 활동에 불만과 한탄을 내뿜으며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려는 젊은 연구자들의 볼온한 수군거림이 지금 어딘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면서 ‘지성과 야성’ 회복을 요청하면서 말문을 텄다. 오 교수의 주장인즉, 한국사학계가 스스로의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간 사회적·학문적 의제라고 불릴 만했던 것들은 한국사학계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해 온 것들이었다는 인식이다.
그는 “연구 활동의 내용은 지성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은 야성이다”고 지적하면서 연구 활동의 또 다른 기반으로 ‘재미’를 강조했다. “한국사학의 모든 발표와 학술회의가 재미있게, 특히 감성이 전혀 다른 학문후속세대를 붙들어 자리에 앉힐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가능하다. 왜 재미를 잃어버렸냐고?
오 교수는 △2007년 시작된 인문한국(HK)사업의 아젠다 설정 실패 △지연·학연의 바탕 위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자 개인을 내세운 개별 ‘학’의 표방 △국가권력으로부터의 학문의 자유와 독립에 대해 기초적 합의와 자기 점검이 이루어진 것 △진보 진영의 역사인식에 대한 정당한 평가 외면 등이 한국사학계의 무기력증을 부채질한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HK 사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때, 사업 초기에 그토록 강조되던 아젠다 수행이라는 핵심 요소는 어디론가 깊이 숨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연구소들이 표방하는 아젠다들이 어떤 목적과 내요을 갖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우수사업으로 각광받는 사업단에서마저 연구소 차원의 아젠다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30~40년을 내다보는 아젠다를 설정하고 추구할 만한 역량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심히 부족하다”는 자기 평가에 이른다.
오 교수는 ‘비교사’ 또는 ‘그보다 문제의식이 더욱 확대된 지구사’에 무게를 실었다. 이들이 “한국사 연구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마당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 사회나 좁은 집단을 자기완결적으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역사를 더 넓게 설명하기 위하여, 특히 지금까지 주변부에 있던 사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세계사의 지평에서 제 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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