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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으로 표현된 곡선미 … 서산 마애삼존불 탁본 최초 공개
단색으로 표현된 곡선미 … 서산 마애삼존불 탁본 최초 공개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1.01.03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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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박물관 ‘탁본으로 보는 한국문양’ 특별전(2010.12.16~2011.3.31)

‘단색으로 표현된 한국의 美’. 탁본에 나타난 한국의 아름다운 문양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성균관대 박물관(관장 이준식)에서 열리고 있다. 성균관대 박물관은 오는 3월 31일까지 ‘탁본으로 보는 한국문양’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지난 2006년 정년퇴임한 조동원 성균관대 명예교수(사학과)가 한국금석문 450여점을 비롯해 한국의 주요 유물 탁본을 박물관에 기증해 이뤄졌다. 조동원 교수는 1960년대 후반부터 전국의 금석문을 조사·정리하는 등 금석문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학자로, 소장하고 있던 탁본 대부분을 성균관대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 교수가 기증한 450여점 중 한국 문양의 특징을 보여주고 미적 가치가 잘 드러나는 작품 70점을 골라 선보였다. 


탁본은 과정 자체도 고되지만 ‘유물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다. 돌의 재질과 종이의 습도·재질, 날씨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유물 위에 두 세 겹의 종이를 붙이고 먹물을 묻혀 한 땀 한 땀 눌러가는 작업을 거친다.

두드리면 나타나는 한국의 문양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대식 학예실장은 “돌에 먹물이 묻으면 바로 씻어내야 한다. 나중엔 염산으로도 지울 수 없다”며 “탁본 하는 틈틈이 돌 틈이나 조각 사이에 먹물이 묻지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조동원 교수가 문양 탁본을 많이 못 한 이유도 유물 보호라는 가장 큰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원칙을 지켰기에 조 교수가 탁본작업의 대가가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남산신성비를 탁본할 때도 박물관 측에서 “조 교수가 아닌 다른 사람은 탁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허가했을 정도로 그의 탁본 원칙은 엄격하다.


원칙을 지킨 집념의 결과 탁본을 통해 보이는 한국의 문양은 세밀하면서 웅장하고, 소박하면서 화려하며 무엇보다 아름답다. 울주 천전리 암각화(국보 제147호),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김유신묘 12지신상 등 거대한 예술품 탁본이 전시장 초입에 위치해 눈길을 끈다. 울주 천전리 암각화 탁본은 현존하는 국내 탁본 중 가장 크다.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 주악상(고려, 보물 제171호)의 하단부(1층 몸돌 각면) 조각문양에서는 정교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 사천왕상(통일신라, 국보 제10호) 탁본에서는 악귀를 밟고 서 있는 사천왕의 모습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특별히 주목 받는 이유는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 마애삼존불상 실물탁본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서산 마애삼존불은 윤곽이 깊고 너무 뚜렷해 탁본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지만, 조 교수가 지난 1968년 제작에 성공했다. 김대식 학예실장은 “조 교수가 서산 마애삼존불상 탁본을 갖고 있다고 하기에 세 보살 중 하나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전체 실물탁본이라 모두들 놀랐다”며 “얼굴이 두꺼워서 탁본이 힘들었을 텐데, 이번 탁본을 통해 현장에서도 확인하기 어려운 세부 무늬가 모두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실제 모습에서는 알아보기 어려운 조각상의 표정이나 문양, 표현기법이 탁본을 통해 나타나 한국 문양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광배(백제, 보물 제45호) 실물탁본에는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힘든 광배 속 부처 모양과 타오르는 불길 모양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또한 상원사 동종(통일신라, 국보 제36호),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성덕대왕 신종(통일신라, 국보 제29호) 전체 탁본, 신륵사 다층전탑 문양(고려, 보물 제226호)에서는 신라, 고려의 우아하고 수려한 모습은 물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섬세한 문양 하나에까지 공들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조 교수의 노력이 숨어 있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신라, 국보 제199호) 탁본에는 작업을 위해 사다리를 짊어지고 높은 산을 올라갔을 때의 고생담이,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비(고려, 국보 제59호) 탁본에는 6m 꼭대기에 장식된 1mm 두께의 세부 조각까지 탁본한 정성이 녹아있다. 무엇보다 장흥사 동종에 세각된 글자를 보기 위해 탁본대신 연필로 기묘한 결과물을 봤을 땐 학자의 집념과 사물을 대하는 자세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탁본 대신 연필로 ‘기묘’한 열정


유물들은 학자의 세심한 손길을 만나 숨어 있던 아름다움을 맘껏 선보였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미술사)는 “유물 가운에서는 부조연대가 오래돼 불분명한 것들이 많은데, 탁본을 통해 선이 분명해지고 세부문양을 알거나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본은 필수”라며 “문양의 곡선미, 섬세한 선 등 원래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알 수 있는 한편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박물관은 “세월의 풍파 속에 금석문의 마멸이 심해져 탁본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 교수가 기증한 400여점의 탁본은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성균관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600여점의 금석문 탁본과 더불어 이번 조 교수의 기증을 통해 성균관대 박물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금석문 탁본을 소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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