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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말은 ‘불황 탈출’ … 미술관 제 역할 기대한다
열쇠말은 ‘불황 탈출’ … 미술관 제 역할 기대한다
  • 윤범모 경원대· 미술평론가
  • 승인 2011.01.03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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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문화예술계 지도] 미술, 새로운 해가 뜰 것인가

새해 문화예술계는 어떤 그림을 그려갈까. 미술계는 불황을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문학계는 웹 환경의 변화에 따른 문학 창작의 방향성을 고민할 때다. 연극계는 관객이 우선이라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고, 영화계는 주류 영화산업과 젊은 감독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2011년 문화예술계 지도를 그려봤다.

새로운 해라 해서 미술계에 새로운 해가 뜰 것인가. 작금의 상황은 부정적 답변을 먼저 꺼내게 한다. 우선 현실경제부터 생각해 보자. 오늘의 미술계 혹은 미술시장의 열쇠단어는 불황 탈출이다. 경기 침체는 미술시장을 얼어붙게 했고, 장기간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화랑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매시장 역시 바닥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서울옥션의 경우, 지지난해 79%에서 지난 해 72%의 낙찰률을 보였다. K옥션의 경우, 지지난해 185억원에서 156억원으로 낙찰액의 감소를 보였다. 시장경제의 불황은 작가들에게 직결된다. 어느 원로화가는 작품을 팔아본 지가 몇 년 전 인지 기억에도 없다고 말한다. 어느 화가는 작품 가격이 반 값, 아니 반의 반값으로 떨어졌지만 그나마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체념의 목소리로 말한다. 오죽하면 정부는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미술품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2년간 유예하기로 또 다시 결정했을까. 6천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는 작품의 매매차익 20% 과세, 미술계는 이를 지탱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큰손들은 지난 2008년 삼성의 「행복한 눈물」 특검사건을 접하고 화랑가 출입을 자제하거나 아니면 외국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미술계의 불황은 더욱 계속될 전망이다.

미술계의 척도는 미술관에서 진원지 노릇을 해야 한다. 공사립 미술관이 제대로 굴러가야 미술계가 건강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미술관이 어디에 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게 할 때도 많다. 문화국가라는 대한민국에 ‘국립’미술관은 과천에 딱 한 군데 있다. 유일한 국립미술관이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 미술계를 이끄는 선도 기관이기는커녕 뒤에 서 있는 구경꾼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미술계의 뜨거운 현안을 다루는 현장에서 나는 국립미술관장을 만나 본 기억이 없다. 아니 한국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미술계인사를 조사한 명단에서조차 상업화랑 주인들은 몇 명씩 올라 있어도 국립미술관장은 꼬리에서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아무리 비전문 출신 미술관장이라 하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제 뮤지엄 1천개 시대에 돌입하는 한국이다. 하지만 정상적 미술관은 몇 군데나 될까. 언제까지 공립미술관이 블록버스터 전시의 ‘대관 전시장’이 돼 질질 끌려만 다녀야 할까. 기획력이 부재한 미술전시, 과연 한국적 미술관의 특징인가.

불황이 보약역할을 할 수 있다.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체질개선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 겉으로의 거품을 걷어내고 내실을 도모해야 한다. 화가를 상대하는 화랑이나 미술상 제도는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비평이나 학술분야는 황무지이다. 작가 이름만 거창하지, 박수근미술관이나 이중섭미술관 등이 건립됐지만, 그들 작가를 다룬 연구서는커녕 대중용 단행본 하나 반반한 출판물이 없다. 이론이나 비평분야에의 소홀한 대접은 미술계 성장에 악순환을 자초한다. 하기야 한국에 ‘비평’을 일삼는 ‘비평가’가 있는가. 비평 부재 현실에서 창작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해가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불행하게도’ 올 해의 미술계에 거는 기대는 계속해서 접어두고자 한다. 물론 올해에도 몇몇 대형 전시를 비롯해 커다란 이슈가 속출할 것이다. 하지만 하부구조가 허약한 우리 미술계 실정에서 이들 ‘큰 손’의 노름에 박수만 칠 수 없다. 전문성 부재를 비롯한 열악한 미술관 환경은 튼실한 미술문화 정착과 거리를 두게 하기 때문이다. 하여 올해의 화두는 이렇게 상정하고자 한다. 전문성과 진정성, 그렇다, 이들을 최고가치로 두는 미술계가 돼야 한다. 거품을 걷어내고 전문성 그리고 열정이 존중받는 미술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윤범모 경원대· 미술평론가

미술잡지 <가나아트> 편집주간,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원대 회화과 교수다. 저서로 『김복진 연구』, 『우리시대를 이끈 미술가 30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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