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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6·13 지방선거-세번째 실험, 2002년 지방선거의 의미
[기획특집] : 6·13 지방선거-세번째 실험, 2002년 지방선거의 의미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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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시민사회 同床異夢…지역축제 만들자
월드컵 열기 뒤에서 앞으로 4년 간 대한민국의 ‘삶의 질’을 가늠할 지방선거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좀더 낮고 편안한 정치를 향한 시민 후보의 역동적인 몸짓이, 구태를 벗지 못한 중앙정치의 옹벽을 얼마큼 깨뜨릴 수 있을 지 주목해야 한다.

지역정치를 뿌리내려 고질적인 중앙집권을 치유하고, 균형 있는 지역발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풀뿌리 민주주의’ 부활을 꿈꾸며 지난 95년 시작된 지방자치제의 세 번째 실험대인 ‘제 3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열기는 월드컵보다 못하다.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 등 기존정당들은 12월에 열리는 대통령선거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고, 언론 또한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등 굵직한 건수가 아니고서는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5월 28일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해서 선거일 하루 전인 6월 12일 밤 12시에 공식선거운동이 끝나는 6·13 지방선거는 그러나, 앞으로의 한국 정치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 전락? ‘아니올시다’

정당과 언론의 ‘계획적인 무관심’과 월드컵의 들뜬 열기가 불러온 ‘우발적인 무관심’ 뒤에서, 한 달 여를 남기고 적발된 지방선거 불법행위는 4년 전 10배가 넘는 4천5백여 건에 이른다.
전문가들과 시민 단체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이번 지방선거를 12월 대선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언론의 시각이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는 지방선거를 대선과 연결짓는 태도를 ‘정치인들만의 생각’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치인들이나 대선 전초전이라고 생각하지, 국민은 지방선거를 민생 해결의 기회로 보고, 또 그 점을 후보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민생이냐 대선이냐, 그 지점이 바로 국민과 정치인들의 인식 차이”라고 조 교수는 진단한다. “도지사 뽑는 일이 국회의원 뽑는 일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 정당들이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계속 몰고 가면, 투표율은 계속 낮아질 것이다. 지방선거의 의미를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
대통령 후보를 뽑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 동안 전국을 돌며 시민 옴부즈만 역할을 했던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보도하는 언론 행태는 정당의 시각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당의 시각와 언론 보도와는 달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요구는 높아졌다”라고 진단한다.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의 정치 지형이 넓어질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시각.
한편 “지방선거 실시 시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정치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영태 목포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면 중간평가 성격이 나타나 집권당에 불리하고, 대선 직후에는 집권당에 유리한 밀월선거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선거에서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만큼 지방선거를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하면 정당공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정치’를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 민주노동당, 사회당, 녹색후보 등은 기존 정당들이 놓치기 쉬운 시민자치, 민생해결, 살갗에 와 닿는 생활정치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2000년 총선 때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들은 끌어내리기 전략을 끌어올리기로 크게 수정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에서 시민후보를 내는 지역은 전남, 전북, 울산, 부산, 대구, 제주 등 거의 전국에 걸쳐있다. 고양지역 시민·환경·사회단체 연대모임인 ‘2002 고양시민행동’은 환경운동연합 후보 등 16명의 시민후보를 뽑았고, ‘전북 지방자치 개혁연대’에서는 시민 후보 10명과, 16명의 농민후보를 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3명의 시민후보를 기초의원 선거에 내보낼 예정이며 대구에서는 ‘6·13지방선거 대구시민연대’가 12명의 시민후보를 뽑았다. ‘광주·전남 자치연대’는 광역의회의원 4명, 기초단체장 3명, 기초의원 22명 모두 30명의 시민후보를 대거 출마시킬 예정이다.
6·13 선거의 또 하나 특징은 ‘세대교체’. 늙은 정치, 낡은 정치를 꺾으려는 30∼40대 후보들이 젊은 바람이 거세다. 21일 여야 정당 각 지구당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전국 2백 32개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여야정당들이 확정한 출마자 가운데 30∼40대의 젊은 후보들이 2백여 명에 이르러 전체(7백여 명)의 30% 가량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70∼80년대 사회변화를 이끌어온 이들의 바람이 얼마큼 거세게 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후보, 젊은 선거, 정치 지형 바꿀까

또 하나의 특징은 ‘후보검증’. 각 지역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후보검증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 필요한 공약을 자체 개발해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토대로 지지 및 반대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광주지역 23개 단체가 참여한 ‘광주-전남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는 20일 “언론의 편파보도와 불공정 보도를 감시함으로써 선거에서 언론이 유권자에게 올바른 정보 제공자로 자리매김되도록 하기 위해 최근 연대회의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지방선거 및 대선과 관련한 지역언론의 보도태도를 감시한다. 서울 YMCA는 서울시장 후보들을 검증하기 위한 ‘평가기준’을 만들고 있다. 도덕성, 자질 및 지도력, 공약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만들고 후보 초청 토론회 등을 거쳐 오는 29일 후보별 평가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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