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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지식습득과 ‘취업강의’의 경계
[나의 강의시간] 지식습득과 ‘취업강의’의 경계
  • 이도진 순천대·농업교육과
  • 승인 2010.12.2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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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찾아온다는 백호의 해를 맞아 들떠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다시없을 2010년의 언저리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못다 해낸 숙제가 있어서만은 아닐 듯싶다.

21세기는 지식이 경쟁력의 중심에 놓여있는 지식혁명의 시대이다.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학습에 몰입하거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최선의 강의 방법은 무엇일까. 미시건공대의 조벽 교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 인문학과 한의학을 넘나드는 도올 김용옥 교수 등의 강의는 정평이 나 있다.

전공강의는 학년과 수강인원에 따라 달라지지만, 학기 첫 시간에는 강의 내용 소개와 더불어 취미나 관심사항 등에 대해 학생 자신을 소개하는 1분 스피치 시간을 가진다. 수업 분위기의 서먹함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 이는 동료들의 집중시선과 강의실 앉은키보다 높은 공기의 중압감 속에서 체험하는 예비 교사로서의 표현 연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학생의 수강 의도나 개성을 파악할 수 있다. 종강에는 수업에 대한 소감과 평가를 받고, 방학 중 간이 로드맵을 작성하는 시간을 준다. 이렇게 계획성 있는 생활을 유도한다.

교수자의 학생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과 열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대학에서 이러한 애정과 관심은 지식전달보다 우선시 하고 싶을 정도이다. 대학은 낭만과 지성이 공존하는 상아탑이라고 했던가. 지역대학 졸업생의 취업 기회 또한 쉽지만은 않기에 일명 ‘이태백’을 염려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이 점에서 나는 국내외 학문의 흐름 속에 나타난 전공 학습과 취업시험 준비를 대비한 지식습득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를 고민해 왔다.

지금은 해당 분야의 새로운 정보나 이슈, 출제용 교과서의 지식습득을 절충해 가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지만,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첫 강단에 섰을 땐 전자에 치중한 나머지 취업시험에는 일조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며 전통을 잇거나 새롭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도 우리 자신들의 선택’으로써 ‘학생들이 목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젊은 가슴에 열정을 지펴주는 일이야 말로 취업과 연계시킬 수 있는 교육’이라는 신념으로 교육에 임한다.


중등교사 임용 목표를 달성하는 선배들이 있고 믿을 만한 교수진과 직업으로서 사회적인 존경, 그리고 30여년 이상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이 눈앞에 놓여있는데 이를 거부할 자신이 없을 것이라는 것으로 애교를 떨어 본다. 이들이 무사히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안내자이자 동행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한다.
학과 특성상 이론 습득은 물론 실험·실습 과정이 추가로 요구되는 분야가 있다. 교육현장에서 사용할 실험기구와 장비, 시설 등을 접하며 그 용도와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벼나 국화, 허브 등의 식물을 키워보며 ‘작물은 주인 발자국소리 듣고 자란다’는 관심사에 대한 옛 선인들의 지혜를 체험한다. 장차 교사로서 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이에 비할 바 아니라는 것도 익혀간다. 주제는 각자에게 선정토록 한다. 선배·동료들과 함께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들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기회를 통해 차이점을 토론하며 실험·실습에 의한 다른 장면의 학습법을 체득한다.

 

이도진 순천대·농업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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