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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누구든 무엇이든’ 바로잡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앞으로 ‘누구든 무엇이든’ 바로잡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11.16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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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찬 서강대 이사장, 경영대학 교수 6명 중징계에 대한 입장 밝혀

경영대학 줄징계 사태에 대해 지난 15일, 유시찬 서강대 이사장이 공식입장을 밝혔다. 경영대학 소속 교수 5명에게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유 이사장은 직접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서강대 홈페이지에 ‘경영학부 교수님들 징계와 관련해 서강 가족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원고지 10매 분량의 장문의 편지를 올렸다.

편지에는 징계위원회가 5명의 교수에게 중징계 처분을 의결했고, 당사자들에게 결정문을 송달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유 이사장은 “개인의 명예문제와 관련돼 있어 징계 의결과정의 소상한 내용과 절차를 공개적으로 다 밝힐 수는 없다”며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중징계로 대응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유 이사장은 “법리해석의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학생들의 명예나 권익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면서까지 내부 고발이 타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과장 B교수가 A교수의 횡령사실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 이사장의 판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서강대 교수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범구 서강대 교수협의회장(물리학과)은 “B교수가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그러나 “교수는 교수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이 점에 있어서 어긋남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고, 사건이 무엇이든 간에 바로잡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데 유 이사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여러 추측이 나온다. 서강대의 한 교수는 “경영대학 교수 줄징계 건에 결국 재단이 깊이 관여해왔음을 반증하는 셈”이라며 “이뿐 아니라 최근 학칙을 바꾸면서까지 교무·인사위원회 구성을 재단의 입맛에 맞게 바꾸겠다는 의도는 명백한 교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 유시찬 서강대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강대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글 전문

경영학부 교수님들 징계와 관련하여 서강 가족에게 드리는 말씀 

주지하다시피 다섯 분의 경영학부 교수님들에 대한 징계 건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적잖은 충격과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해당 교수님들에 대한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학교는 징계 요청을 하였고 이사회는 징계 결정을 내려 징계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동 위원회는 다섯 분의 교수님들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의결했고, 당사자들에게 결정문을 송달했습니다.

개인의 명예 문제와도 관련되어 징계 의결에 이르기까지의 소상한 내용이나 절차를 공개적으로 다 밝힐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숙고하며 신중하게 내린 징계위원회 위원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그분들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저 또한 각별히 이런 점에 유념하면서, 서강 가족 여러분이 가능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 드리는 방향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횡령 의혹으로 학교에서 내사 중이던 교수님들을 외부 언론기관과 검찰에 고발한 네 분의 교수님에 대해 내부 고발자 원칙을 적용하여, 정의로운 일을 한 사람을 학교에서 부당하게 징계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법리 해석의 다툼이 있을 수 있으며, 설혹 내부 고발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다른 법익 또한 존중되고 보호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학생들의 명예나 권익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면서까지 내부 고발이 그 타당성을 얻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봤던 점은, 네 분 교수님이 동료 교수님들을 외부에 고발하기까지 이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교수로서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점이었습니다. 스승과 제자로서 지켜져야 할 법도가 엄연히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감히 해서는 안될 언동을 학생들에게 하였고, 이로 인해 교수와 학생 간의 신뢰와 사랑을 무너뜨린 점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판단이 국가 기관 특히 사법부와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바는 대학사회라는 것은 적어도 일반사회보다는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정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학기 중에 징계 결정이 내려졌고 학생들의 학습권에 손상을 입힌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이는 SBS 저녁 뉴스 시간에 이 사건이 보도가 되는 등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감사에 착수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이사회와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등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기한이 명기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수순을 밟다 보니 부득불 이렇게 학기 중에 징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방책을 다 강구하겠습니다.

서강 가족 여러분!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세상의 흐름이 어떠하든 우리 서강은 올바른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의 최고학부 모습으로서 교수는 교수다워야 할 것이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할 것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최고 지성인들에게 요구되는 당연한 덕목입니다. 우리의 흐트러짐은 이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점에 있어 어긋남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고 사건이 무엇이든 간에 바로잡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이는 사회와 국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책무이며 그 때문에 우리에겐 남다른 명예와 권한들이 함께 주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성인답게 자기가 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대단히 사려 깊고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서강 가족 여러분! 오늘의 이 아픔과 고통이 더 큰 성장과 성숙을 일궈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모두 스스로를 깊게 되돌아보며 옷매무새를 고릅시다. 하여 오늘의 이 화를 내일의 복으로 바꿔 냅시다.

고맙습니다.

2010. 11. 15.
이사장 유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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