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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팎에서 ‘공유의 원칙’을 더 실천할 수 있다면
대학 안팎에서 ‘공유의 원칙’을 더 실천할 수 있다면
  • 임순광 경북대·사회학
  • 승인 2010.11.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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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단협·교수신문 ‘학술정책 진단’ 연속기고] ⑥ 비전임 교원의 학술정책과 연구지원방식

학단협이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비전임 교원 대부분은 ‘먹고 살기 위해(생계비)’ 한국연구재단 연구 과제에 지원한다. 전임교원 상당수도 ‘제자와 동료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연구지원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결국 전공 불일치와 논문의 질적 수준 저하, 소외된 노동 증가, 학문의 자본 종속성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 번째 근본 대책은 대학에서의 정규 교원 충원(전임 교원 법정 충원률 100% 달성)이다. 두 번째 대책 역시 OECD 평균 수준의 ‘교수 1인당 학생 수’ 달성을 위한 추가 교원 충원이다. 학문의 자주성과 전문성은 교원 지위의 안정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가지 대책과 더불어 대학에서 정규 교원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거나, 정규 교원이 되기 힘들거나, 굳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교육/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일정 정도의 요건을 갖춘 교육/연구자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교수노조는 ‘국가교수풀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 두 가지 방안은 선발과 관리의 주체는 다르지만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원 투여 증대, 교육/연구자들에 대한 신분 안정 보장과 직접 지원 증진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보편적인 사전 지원, 선별적인 추가 지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역시 이와 같은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다고 본다. 비전임 교원에게 특화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를 개별 연구에 대한 직접 사전/사후 지원, 연구를 활용한 강의 개설 지원, 연구 공간 확보 지원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개별 연구에 대해서는 ‘先 보편적 사전 지원, 後 선별적 평가 지원’의 배분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매년 1~2천 명에게 1~2천만 원 지원으로 목매달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논문 작성 지원 신청자와 논문 제출자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연구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는 추가적 지원을 해 주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또한 ‘강의와의 결합’을 통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연구 공간을 제공’한다면 학술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개별 연구의 사전/사후 지원은 3단계로 구성된다. 1인당 1논문의 범위 하에 ‘연구 계획서 제출 단계’에서 ‘보편적 연구 장려비’를 사전 지급한다. ‘논문 제출 단계’에서는 ‘논문 작성비’를 준다. ‘연구 평가 단계’에서 논문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 결과가 좋으면 ‘우수 논문 지원비’를 추가로 지원할 수도 있다. 가령, 필자가 ‘대학시간강사 제도의 문제점과 복지 국가적 대안’ 이라는 논문을 쓸 경우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100만원, 논문을 내면 100만원(한국연구재단 등재지의 경우 200만원), 많이 인용되거나 전문가들의 평가가 좋으면 400만 원 정도를 더 주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비전임 교원에게 논문 게재료나 심사비 등을 거의 지급하지 않음을 감안할 때, 이 조치를 시행한다면 비전임 교원의 연구 활동 증진에 약간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활용한 강의 개설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 비전임 교원은 자신이 전공한 교과목을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돼 있다. 박사 학위나 관련 논문이 있더라도 자신의 연구 성과를 교육을 통해 나눌 기회가 없다면 오래지 않아 열정이 시들기 쉬우므로 국가 차원에서 이 부분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기존의 보호학문보다 훨씬 전면적인 방식(가칭 학술연구재단 강좌 인증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일정 자격(연구/강의실적 등)을 갖춘 신청자가 연구재단에 강의개설을 신청하면 심의·인증 절차를 거쳐 대학 내·외부에서 강의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좌개설신청권’ 인정한 경북대 사례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지금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강좌들이 여러 대학에 개설될 수 있다. 수강 인원은 강좌 담당자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비용은 한국연구재단이 전적으로 부담한다. 1강좌 당 600만원(월 100만원씩 지급) 정도를 1년 2강좌 이내에서 지원하면 될 것이다. 이 조치를 ‘혁명적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미 경북대에서는 비정규교수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2008년부터 시간강사들의 ‘강좌개설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40여개 과목이 개설돼 정규교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필자도 그 중 한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도 강사들이 ‘괜찮은’ 강의를 제안하면 심사를 거쳐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전임교원의 권한을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를 비전임 교원과 나누어 대학 강의와 연구 전반을 사회적으로 활성화하자는 것이 이 제안의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비전임 교원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정부에서 직접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자율’에 맡길 경우 임금 올리기보다 연구 공간 확보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고 올려도 예산 부족 타령’을 하고 ‘건물을 짓고 또 지어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기 때문에 차라리 지자체와 연계해 도서관, 주민자치센터, 정보센터를 증축하거나 임대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 지역별로 공동연구실을 조성해 가까운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환경 친화적이기도 하다. 필자처럼 경북 경산시에 사는 사람이 하루 2시간 이상을 들여 경북대의 공동연구실에 가는 것보다는 이동 시간을 그 절반 이하로 줄여 그만큼 연구에 투여하는 게 현명하다. 시·군·구별로 비전임 교원 공동 연구 공간(가칭 한국연구재단 공동연구센터) 설치·운영토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활용한 강의 개설 지원과 연구 공간 제공은 교육/연구의 공공성 강화 원칙과 강의와 연구 권력의 당사자 보유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앞으로 대학 내·외부에서 ‘공유의 원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길 기대한다.

임순광 경북대·사회학

필자는 경북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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