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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문 속에서도 희망의 꽃씨를 뿌리는 아름다운 교수들
추문 속에서도 희망의 꽃씨를 뿌리는 아름다운 교수들
  • 교수신문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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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00:44
오는 15일은 스승의 날. 근래들어 이맘때면 대학가마다 교수 연구실에는 알록달록한 풍선이 붙고 ‘교수님, 사랑합니다’ 등 갖가지 글귀들이 매달린다. 그러나 풍선이 하나둘 터져서 사라지듯, 기념일만 남고 정작 알맹이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월의 대조적인 대학가 풍경이 그렇다.

궂은 풍경 하나. 끊이지 않는 우울한 소식의 하나는 교수 자신의 도덕성과 깊이 관련된다. 성희롱이 그것이다. 이미 지난 3월부터 5개 대학 여성단체가 ‘교수성폭력 뿌리뽑기 연대’를 결성, 교수와 제자라는 관계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스승인 교수들의 성폭력 문제를 이렇게 제기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라는 사실이 너무 씁쓸하다”면서도 문제 해결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교수 성희롱 문제의 이면에는 대개 교수 자질 시비가 함께 따라다닌다. 최근 불거진 ㅅ대학 김 아무개 교수 문제가 좋은 사례다. 이 문제의 교수는 “10년이 넘도록 8주안에 종강하는 비상식적인 수업과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간단한 과제물 확인 정도의 수업 내용으로 인한 질낮은 교육”을 되풀이해, 학생들이 파면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

또 다른 우울한 소식 하나. ‘뛰지 않으면 연구비를 주지 않겠다’는 경쟁논리가 확산되면서 연구실 생활이 점차 각박해져간다는 것. 연구업적평가다 뭐다 해서 교수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연구실적에 따라 연구비를 차별 지급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곤혹해하는 표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북에 있는 ㅈ대의 한 교수는 “연구비 지급 차등화는 공대 등 이공계 교수들에게만 지원이 쏠리는 편중현상을 불러 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에게는 스승의 날이 낀 5월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연구 업적 때문에 밤늦게까지 연구실에서 작업하는 날이 늘고 있다. 연구야 교수들의 본업이라지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 눕혀진 기분에 당혹스러워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따뜻하고 반가운 풍경이 없는 건 아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이 지난 9일 백혈병과 골육종을 앓고 있는 제자를 위해 성금을 모아 기탁한 일에서부터 왼손 모르게 한 교수들의 훈훈한 미담도 가득하기 때문. 이들 의대 교수들은 의사가 장래 희망인 두 제자의 딱한 처지를 전해듣고 교수회의를 열어 돕기로 뜻을 모아 1천3백여만원을 거둬 제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 의대 교수들은 작년에도 백혈병을 앓고 있는 제자에게 5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는가 하면, 매학기 4백만원씩 장학금을 거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왔다.

가장 따뜻하고 감동적인 풍경? 여전히 많은 교수들은 자신이 선 자리에서 묵묵히 연구하고, 강의하고, 사회에 봉사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 아닐까.

“세상이 각박하게 돌아가고, 대학도 그 모양새를 따라가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살아 있는 눈빛을 보면, 강단에서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있다는 게 가슴 벅차다. 올바른 스승이란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할까를 깊이 생각한다”고 말하는 김 아무개 성균관대 교수의 말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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