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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를 미학화 하자” 주장 … “보수적 해석” 반론도
“윤리를 미학화 하자” 주장 … “보수적 해석” 반론도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9.1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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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세계석학강좌 초청된 ‘좌파 이론가’ 테리 이글턴 교수

한국연구재단 세계석학강좌에 초청된 테리 이글턴 영국 랑카스터대 교수(영문학·사진)의 “윤리를 미학화 하자”는 주장에 국내 학자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문학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사학)는 “근대 영문학의 문학 장르만을 문학 장르로 한정할 경우 새로운 문학이 태동했을 때 그것을 문학 안에 수렴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은 지난 8일 테리 이글턴 교수가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국내 학자들과 함께 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제기됐다. 이글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고려대 영미문화연구소와 영어영문학과가 주관한 해외석학강좌 세 번째 주인공으로 초청돼 지난 5일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적인 것의 윤리적 가치’란 주제 외에도 오늘날 마르크시즘의 역할, 문학의 장르 문제 등 다양한 논의들이 쏟아졌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이론)는 “오히려 보수신문이 좌파지식인인 당신의 방한을 앞 다퉈 보도하는 것은 급진주의에 대한 우파의 갈증에 당신이 소비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글턴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좌파지식인이 겪어야 하는 아이러니”라며 이 교수의 질문에 수긍하면서도 “그럼에도 나서지 않는 것보다 나서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마르크시즘이 여전히 유용한가에 대한 이글턴 교수의 답은 단호했다. 특히 탈 정치적인 국면에서 마르크시즘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안으로 작용하는 한 마르크시즘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번으로 세 번째를 맞은 해외석학강좌는 이글턴 교수의 초청에서 알 수 있듯 좌우 이데올로기를 막론하고 석학 초청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석학’의 명성에 집착해 이미 학문과 사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학자만 초청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택광 교수는 “세계 학문의 담론 안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학자를 데려와야 국내 학문 역시 세계 담론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글턴 교수가 이번 방한에서 기존의 주장을 거듭할 뿐 국내 학자들을 자극할 새로운 학문적 영감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매년 진행되는 해외석학강좌에 점검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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