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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차자표기’연구 구결학회
[학회를 찾아서] ‘차자표기’연구 구결학회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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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4:09:25
 ◇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일본 학자들과 함께한 구결학회 회원들.
1973년 12월, 충남 서산에 있는 문수사에서는 극락보전 내에 안치된 고려시대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에 대한 문화재관리국 조사작업 중에 불상에서 예기치 못했던 옛날 목판본이 발견됐다. 낱장 5장 분량의 舊譯仁王經上. 이중 훈독부분이 고려시대 문법 연구에 매우 중요한 구결 자료로 밝혀지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된다.口訣은 우리 조상들이 한문을 읽을 때 달았던 우리말 吐를 말한다. 예를 들어, ‘天地之間萬物之中唯人崔貴’라는 문장은 ‘天地之間萬物之中에 唯人이 崔貴하니’라 읽었고 이중 ‘에, 이, 하니’와 같은 토가 바로 구결이다.

구역인왕경상의 발굴은 국어사 연구자들 사이에 향찰·이두 등의 차자표기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정리·연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계기가 됐다. 그 결실이 1988년 2월에 발족한 口訣硏究會, 남풍현 단국대 교수, 심재기 서울대 교수, 故 최범훈 경기대 교수, 김두찬 율곡문화원장, 이승재 가톨릭대 교수 등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차자표기 연구자들이 한데 모였다. 1995년 5월부터는 口訣學會로 명칭을 변경, 현재 회원수 2백여명 규모의 열성적인 회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 구역인왕경 외에도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4종의 석독구결 자료들이 잇따라 발굴됐다. 구결학회는 해마다 하계와 동계 2회씩, 지금까지 25회의 공동연구회를 개최했으며, 여기에 발표·토론된 논문들은 대부분 학회지 ‘구결연구’에 싣고 있다. 발굴 자료들은 소장자가 공개하지 않은 화엄경소를 제외하면 학회지 ‘구결연구’에 모두 정리한 상태. 이 밖에도 ‘구결자료집’ 1·2·3권(한국정신문화연구원 刊과) ‘아시아 제민족의 문자’(태학사 刊) 등의 자료집도 꾸준히 내놓았다. 지금도 발굴과 해석 작업을 통해 고대국어 지식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 학회는 구결과 한자의 연관성을 감안,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차자표기 연구자들이 모여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의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문의 수용과 독법-한국의 구결과 일본의 훈점’을 주제로 논문들이 발표됐다.

그렇지만 구결자료들이 한문으로 된 불경 원문에 구결자가 달린 까닭에 초보자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1991년 4월부터 시작한 것이 월례강독회. 현재까지 회원들은 대명률직해 등 9종의 구결자료를 토론, 강독했다. 구결학회는 당분간 지금까지 정리된 석독구결 자료집의 발간과 새로 발굴된 각필부호구결 자료의 정리 및 보급에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2001년 학술진흥재단 등재후보로 오를 만큼 내실 있는 학회”라고 자평하는 총무이사 권인한 성균관대 교수는 살림이 넉넉치 못한 점이 아쉽지만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구결학회가 앞으로도 국어 연구에 계속 이바지하기를 기대해본다.
권진욱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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