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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방향성에 이의를 제기 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방향성에 이의를 제기 한다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8.11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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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 '과학의 형이상학' 참석한 휴 프라이스 시드니대 교수

휴 프라이스 시드니대 교수
우리가 생각하는 데로 ‘시간’은 정말 흘러가고 있을까. 그러나 철학적 관점에서 시간을 연구해온 휴 프라이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시간에 관해 좀 더 열린 관점을 제시한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과학의 형이상학’에서 이뤄졌다. 경희 글로벌 연구네트워크팀(대표 최성호 경희대)이 한국분석철학회(회장 손병홍 한림대)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다. 휴 프라이스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물리학에서의 시간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소개했다. 시드니대 시간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휴 프라이스 교수는 시간이나 인과와 같은 전통 형이상학의 주제를 현대로 끌어와 과학철학의 주제로 부활시키는 일에 기여한 바 있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최성호 경희대 교수(철학)가 휴 프라이스 교수의 강연「시간의 화살과 에딩턴의 도전」 내용을 정리했다.

철학자 휴 프라이스(Huw Price)는 「시간의 화살과 에딩턴의 도전」에서 물리학에서의 시간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보다 자세히는 현대 이론 물리학의 눈부신 성과인 상대성 이론을 실험적으로 정당화한 것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에딩턴의 시간에 관한 주장을 그 동안 물리학자들과 철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져 온 시간 개념과 비교하고, 그것이 지닌 철학적 함축을 기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간에 관해 두 가지의 철학적 모형이 존재해 왔다. 그 중 첫 번째 이론은 시간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주장 한다. 첫째, 과거와 미래와는 구별되는 특권적 현재의 존재 둘째, 시간이 객관적으로 ‘흐른다’는 직관 셋째, 시간의 객관적 방향성. 시간에 관한 이러한 철학적 견해를 프라이스는 동적 견해 혹은 ‘경과’ 견해라고 부른다.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이를 올바른 이론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정적’ 견해를 시간에 관한 참인 이론으로 받아들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시간이란 4차원의 한 요소일 뿐이며, 시간에 관한 동적 이론이 전제하는 시간의 세 가지 특성들을 ‘주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것들이 참임을 거부한다.

물리학의 사례를 통해서 보자면, 아인슈타인은 특권적인 현재가 없다는 입장의 대표적인 물리학자로서, 헤르만 와일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학자로서, 그리고 볼쯔만은 시간이 객관적인 의미에서의 방향성을 지니지 않는다고 말한 과학자로서 각각 시간에 관한 정적 견해를 옹호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또 한 명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에딩턴은 이러한 정적 견해 대신에 동적 견해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프라이스는 에딩턴의 이러한 입장에 주목하고 이것이 지니는 철학적 함축에 주목한다.

에딩턴은 앞서 언급하였던 동적 견해의 세 특성들을 함축하는 ‘시간의 화살’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그것을 시간의 본성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물리세계의 본성』 여기저기서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특정한 방향성을 지니면서 ‘흐른다’는 시간의 경과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비록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객관적 물리세계와 어떤 실재적 연관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빛의 파동이 항성으로 응축되는 현상이나 태양계의 복잡성과 성운의 균질성 사이의 관계 등과 같은 물리세계 내의 비가역성, 비대칭성의 사례들을 언급한다. 프라이스는 이를 정적 견해에 대한 ‘에딩턴의 도전’이라고 부르면서, 그것을 시간에 관한 정적 이론, 혹은 보다 일반적으로는 물리학이 시간의 비가역성이나 비대칭성을 보여주는 듯한 물리적 현상을 설명해야 한다는 긴박한 요구로 이해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라이스는 에딩턴의 도전이 정적 견해의 틀 내에서 적절하게 응대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는 에딩턴의 도전이 중요한 철학적 의의를 지닌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의의는 다름 아니라 그가 이전에는 없었던 명료한 방식으로 물리학에서 중요한 문제를 적절하게 제기했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프라이스는 우리가 사는 중간크기(medium-sized)의 세계에서 보면, 일견 시간의 방향성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 보이지만, 우리가 물리세계를 아주 큰 규모나 아주 작은 규모에서 살펴보게 된다면 그러한 방향성은 존재하지 않고, 나아가 왜 중간크기의 세계에서 시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듯한 물리적 현상이 있는지를 시간에 관한 정적 견해 틀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프라이스는 물리적 영역에서 시간에 관한 정적 견해에 대한 에딩턴의 도전을 고려함으로써 에딩턴의 도전이 지니는 중요한 철학적 기여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것이 어떻게 시간에 관한 정통적 이론의 틀에서 답변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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