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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특강 대학신문 기자 질의응답 전문
정운찬 국무총리 특강 대학신문 기자 질의응답 전문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7.1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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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주최 제9기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 정운찬 국무총리 초청 특강 '창의적 인재육성과 3화 정책'

29개 대학신문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전문

지난 15일 건국대에서 열린 <교수신문> 주최 제9기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에서 '창의적 인재육성과 3화 정책'을 주제로 특강을 한 정운찬 국무총리와 29개 대학신문 기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최성욱 기자

△ 창의성 교육을 주장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일제고사는 일방적인 줄 세우기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한 다음에 그것을 평가 받는 것이 좋다.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교육을 받은 것에 대한 내용을 평가받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초중등 교육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그런데 영국에 가보면 각종 시험이 매우 많다. 하루에 전국적으로 시험을 동시에 치루는 것이 일률적인 것 같긴 하지만, 학생은 공부한 것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를 만들어서 매달 한 번씩 7번에 걸쳐 학부형과 교육자, 정부 관계자들이 하루에 2시간 이상 세미나를 통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에서 창의성을 조성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가능하다. 3화 정책 역시 사회 각계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각계 사람들을 모셔 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 9개월 정도 국무총리로 재직하셨다. 국무총리의 역할은 어떠한가.
“국무총리직이 아주 어렵다. 국무총리라는 직책은 헌법 제86조에 따르면 대통령을 보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보필하려면 보필하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하지 않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서울대 총장으로서 뵀던 적은 있지만,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 해 보필이 완벽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늘 하고 있다.

언어도 좀 미숙하다. 그 사회의 언어에 익숙해 져야 하는데, 나는 아직 ‘여의도 언어’나 ‘세종로 언어’에 미숙해서 어휘 부족 때문에 고생을 좀 하고 있다. 이제야 조금 파악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 3불 정책이나 3화 정책 모두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교육부터 장애인 교육, 영재교육, 평생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모두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강연 중에 말한 창의력과 언어는 바로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대학 자율화나 고교 다양화, 학력차별 완화에 전반적인 교육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제시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내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느낀 것은 학생들이 너무 배우지 않고 온다는 것이었다. 말하기나 쓰기를 어릴 때부터 배우면 대학에 입학한 이후 곧장 전문지식을 가르칠 수 있을 텐데, 학생들이 너무 글을 못 쓰고 말하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서울대 총장이 되자마자 도입한 것이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 학교장에게 교육 시수권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교육시간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총리님의 의견이 듣고 싶다.
“내 자녀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보니 14~15과목 정도를 공부하더라. 그렇게 해서 제대로 공부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과목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 다만 기초는 튼튼하게 가르쳐야 한다. 기초를 튼튼하게 하되 나머지 과목은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 교육만 시킬 거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데,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14~15개 과목을 가르치는 것과 과목을 좀 줄여서 가르치는 것을 비교하면 일부 고등학교에선 대학입시 주력 과목을 가르치겠지만, 일부에서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되 학생들에게 자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작용도 있을지 모르나 좋은 영향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과 관련해서 만약 어떤 고등학생인데 물리를 잘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학생은 물리에만 빠져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데, 14~15개 과목을 모두 잘 하려 들면 물리를 잘 할 수가 없다. 과목에 유연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학 자율화가 계속되면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학과를 없애거나 재편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의 성격 역시 설립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취직을 잘 하는 사람을 길러내겠다’거나 ‘우리 대학은 교양인을 길러내겠다’는 생각 모두 자유다. 학교 방향은 학교 책임자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으면 부정입학처럼 부정적인 면도 나타나지 않을까. 대학이 무분별하게 등록금을 인상할 것 같다는 우려도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궁금하다.
“대학 자율화는 어디까지나 상식에 입각한 자율화다. 즉 법과 원칙에 입각한 자율화다. 돈을 받고 학생을 뽑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자율이나 다양화로 자칫 사교육이 더 늘어나면 어쩌나, 부정입학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발견되면 혼내야 한다. 이제 한국의 대학은 믿어도 좋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등록금도 대학들에게 등록금을 얼마까지만 받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이드라인은 좋지만 그것이 규칙이 돼선 안 된다. 등록금 아주 비싼 대학엔 학생들이 가지 않을 것이다. 등록금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정부가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려고 생각 중이다.”

△ 대학 자율화가 이뤄지면 인문사회분야 같은 기초학문분야는 소외되는 것 아닌가. 총장님이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에도 고민했던 문제라고 들었다.
“아까도 말 했지만,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대학이 똑같은 방향으로 가려는 것은 곤란하다. 그다지 효과가 없다. 어떤 대학은 직업인을, 어떤 대학은 학자를, 어떤 대학은 공무원을  길러내겠다는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 대학에 필요한 교육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대학에 철학과나 불어불문학과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제할 순 없다.

그러나 졸업 후 취직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대학이 철학과를 없앴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대학은 오래 못 견딘다. 철학 없는 취업교육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몇몇 대학에서 무슨 과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초 과목은 충실히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강연에서 원천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과 공대생들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공대생과 자연과학자들이 국가 요직에 올라야 그 분야 사람들도 신이 나지 않을까.
“이번 정부 들어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 특히 자연과학분야와 공학분야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정작 의사 결정 자리에 자연과학자, 공학자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통령께 건의 드리기도 했다. 청와대 미래정책기획관이 과학기술 수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자연과학 분야는 자연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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