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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分斷의 아비투스를 友愛의 아비투스로” … ‘통일인문학’ 개념 고찰
“分斷의 아비투스를 友愛의 아비투스로” … ‘통일인문학’ 개념 고찰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7.12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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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국제학술대회 ‘인문학, 분단을 보다’

분단 문제에 대해 인문학은 기존의 사회과학적 접근과 어떻게 다른 사유를 보여줄까.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단장 김성민 철학)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건국대에서 ‘인문학, 분단을 보다’란 주제로 제1회 석학들의 대화와 제4회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분단문제를 체제통합에 기반을 둔 사실적 접근이 아닌 인간적 감수성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다.

첫째 날 열린 석학들의 대화는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동원 前 통일부장관이 모여 분단 극복의 대안을 인문학의 담론 안에서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박 교수는 천안함 논의를 덮자는 주장을 제기한 반면, 백 교수는 철저한 진실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 인식 차를 드러냈다.

석학들의 대화가 남북문제의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였다면 이튿날 ‘분단의 아비투스와 생활문화’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통일인문학’이란 개념을 학문적 패러다임에서 고찰해 본 자리였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이 이번 대회에 큰 영감으로 작용했다. 김성민 교수는 분단구조와 분단체계가 이미 일상의 체화된 성향이라 전제한 뒤, 남북문제를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스스로 이 아비투스를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균 건국대 HK교수(철학)는 한반도가 특수하게 가지고 있는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애의 아비투스’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남북의 아비투스가 지닌 誤認의 구조를 인식하는 것은 새로운 아비투스로 가는 전략이다. 박 교수는 특히 “지식인은 학문의 장에서 완곡어법이 은폐하고 있는 가장과 오인을 밝혀 사회적 무의식을 들춰내야 한다”며 학문의 생산 활동에 기여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당부했다.

인문학적 담론의 자장에서 분단문제를 성찰하는 작업은 2008년 무렵 등장해 분단문제에 관한 논의의 층위를 두텁게 했다. 그러나 여타 사회과학적 분석의 상대적 개념에 불과한 한계로 섬세한 인문학적 접근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존의 논의를 반복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기존의 통일 담론이 근대적인 ‘이성중심적 주체’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관계의 철학’으로서 분단문제를 고찰했다. 그러나 기존 아비투스 개념에의존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일인문학이 새로운 학문적 영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날선 접근이 필요하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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