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구실] 비밀스런 에피소드
[나의 연구실] 비밀스런 에피소드
  • 신형철 한림대·신경생리학
  • 승인 2010.07.05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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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10년 전에 한 교수가 지나가다가 내게 던진 말이다. “그런 것도 우리 학과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주제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기 학문분야의 동굴 속에서만 세상을 보기에 나온 말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뇌-기계접속 융합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고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에피소드 2. 우리 연구실에서 full time 박사학위를 마친 후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제자가 연구실을 방문해 뇌-기계접속 Super Dog에 대한 연구진행을 보면서 5년 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뇌-기계접속 고급기술을 장애인 재활 연구목적에 맞추어야지, 하필이면 강아지 같은 동물에게 이런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자기 자신의 직업이라는 터널 속에서 생각이 가두어져 있기 때문에 한 말이라 생각한다. 이 제자는 공대에서 전기전자로 학부전공을 하고 정보통신분야 석사를 마치고, 다시 의대에 입학 및 졸업 그리고 인턴수련 1년 후 우리 연구실에 와서 밤낮으로 연구해 박사학위를 마쳤다. 이런 친구가 연구와 임상을 병행 수행하는 환경에서 미래의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에피소드 3. 서울 COEX에서 뇌-기계 접속된 쥐를 활용해 2차원 운동기계를 조절하는 것을 여러 해 전에 전시할 때 관람하시던 모 장관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 이렇게 쥐를 괴롭히는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장관님! 저 쥐를 척수장애 때문에 운동의 자유를 잃은 장애인으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쥐와 사람이 같은 신경계를 갖춘 척수동물이라는 것을 아셨겠지만 신성장동력 연구들의 가시적 성과에 급한 장관으로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라 본다. 


에피소드 4. 몽고에서 유학을 온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이 연구실에서 있은 지 1년 정도 된 2년 전 어느 날 내게 보내온 문자 메세지다. “내일부터 연구실을 그만 두고 교내의 한국어 교육원에 입학하려고 합니다. 추천서를 써주기로 약속하면 실험결과들을 되돌려 주겠습니다.” 입학 추천서를 써주고 연구결과물들을 되돌려 받았다. 제자와 스승의 관계가 이런 것이었던가? 연변 의대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우리 연구실에서 하던 한 여학생이 한 말이 기억난다. “북한은 중국영토입니다.” 연변에서 왔던 또 다른 여학생은 1년 내내 아토피 치료만 하다가 결국 되돌아갔다. 언젠가는 한국의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살아온 유학기간에 대해 징기스칸의 딸과 정체성을 잃은 조선족 학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터득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에피소드 5. 석사학위 학생이 4년 전 새로 입학했다. 책상위에 놓인 영문논문에 밑줄이 쳐져 있었고 그 밑에 한글 뜻들을 적어놓은 것을 보았다. 다음과 같았다. ‘report(보고), increase(증가)…’ 결국 이 학생은 중도하차 했다. 우수한 학생들은 고교시절의 꿈을 버리고 골목에서 개업해 먹고 살기위해 의대, 한의대 그리고 약대로 간 결과라 본다.


에피소드 6. 몇 년 전 COEX에 구경 온 초등학생들과 춘천의 뇌-기계접속 Super Dog이 원격 인터넷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우리 강아지에게 패한 초등학생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야! 넌, 개만도 못하니?” 이 학생은 결국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승리하고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살렸다. KINTEX에서 ‘말하는 Super Dog’과 이야기를 나눈 초등학생들이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를 때 전시회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조금만 기다려라. 얘야!”하면서 다른 선물을 주고 달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에피소드 7.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은 석사과정 때 주로 연애를 하고 박사과정 때 결혼을 한다. 요즘은 박사를 마치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아기 임신을 강권(?)하곤 한다. “너의 박사학위 논문을 읽어 줄 자식이 없다면 학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작년에는 너무 심하게 권장했던지 쌍둥이를 갖게 된 박사가 탄생했다. 국민들의 세금을 들여서 제3세계에서 온 유학생들을 공부시켜 국외로 기술이전을 하는 연구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고육지책이다. 연구실의 중국 한족 유학생에게 한국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눌러 앉으라 해 봤지만 서울로 가서 동족과 연애하고 혼인신고를 했다. 몇 분만 운전해서 시외로 나가면 다국적 가정들의 자녀들이 많은데 대학원의 연구실과 국가는 고급인력의 유치 및 정착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뇌-기계접속 Super Dog을 안고’ 왼쪽부터 김연희 (행정), 함형걸 (박사과정), 신형철 교수, 임창균 (석사과정), 랑이란 (박사과정), 이현주 (박사후과정), 고진수 (석사과정)
사진제공: 한림대 신경생리학교실


에피소드 8. 우리 연구실의 뇌-기계접속 연구는 많은 분야의 기술들을 필요로 하기에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과 여러 학부전공의 대학원생들이 참여해왔다. 가장 힘든 점은 새로운 융합협력 연구를 시도할 때 마다 특정 분야의 교수님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다. 가끔은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물어 보곤 한다. “나는 기술거지인가?” 하루 빨리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차고 넘쳐서 융합 또는 협력연구가 경쟁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연구 환경의 큰 그릇이 준비되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연구실에서 많은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불철주야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이 뇌-기계 접속 Super Dog을 탄생시켰다. 앞으로 Super Man의 탄생에 일조해 주실 Super 교수님들과 Super 제자들을 만날 미래의 날들을 희망해 본다.

신형철 한림대·신경생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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