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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학부교육 두 마리 토끼 잡는 길
대학원·학부교육 두 마리 토끼 잡는 길
  • 임상우 서강대·사학
  • 승인 2010.06.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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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A제도 활성화가 답이다

지난 십 수 년 간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각종 지원금을 절대로 작다고 할 수 없는 규모로 한국의 대학에 투자해왔다. 다만 대학의 연구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대학의 사명이자 본질인 교육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교과부는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사업 선정과정에 공정성만 확보된다면 대학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관심의 전환과 더불어 많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보아 환영해 마지않는다.

그런데 학부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대학원 교육도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데 ‘대학원 교육역량 강화사업’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진학생의 외면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인문계열 대학원 교육의 절규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없지는 않다. 이는 바로 TA 제도 활성화를 통해 학부 교육의 충실화와 대학원생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안이다. 여기서 TA 제도란 단순한 학과 행정조교가 아니라 ‘Teaching Assistant’란 단어 뜻 그대로, 교수의 강의 활동에 부분적이며 보조적으로 직접 참여하는 조교를 말하며, 그 보수로는 학비 이외에도 일정량의 생활비까지도 지급받는 대학원생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문제점은 다방면에서 지적돼 왔다. 그 중에서도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교육학적 개념은 바로 ‘핵심역량(Competence)’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졸업 후 업무 현장에서 요구되는 수행능력의 함양이 학부 교육의 기본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주된 목표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 현실은 교수 인력의 부족에서 비롯한 강의 위주의 일방적 수업방식과, 학생들의 개별적 요구를 도외시한 교수자 위주의 수업 구성 및 구태의연한 강의 태도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대학 교육의 급격한 양적 확대에 직면해 대학 교육이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질적 전환을 경험하면서 학부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사회가 고도화돼 가면서 취업의 기회가 확대되는 가운데 우수한 대학 졸업생들이 기업들의 상대적 우대에 흡수돼 버리면서 대학원 교육은 학문후속세대의 고갈이라는 위기를 겪게 된다.

여기에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TA 제도(이공계의 경우 RA도 포함)의 활성화이다. 이를 통해 이공계와 인문계는 공히 연구보조 인력 및 학문후속세대를 확보할 수 있었고 특히 인문계는 TA를 잘 활용해 소그룹 토론지도 등에 투입함으로써 학부 교육의 부실화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선진국 대학들의 상황은 세기 전환기를 즈음해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그대로 직면한 문제들이다.

TA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항이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충분한 장학금(특히 인문계)이다. TA 장학금을 학부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한 필수적 교육비용으로 간주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 당국자들의 인식 전환과 대학원 장학금의 획기적 확대가 필요하며, 각종 국가지원 사업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지원금 중 장학금은 학부 교육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TA에 한해서 기회를 개방하는 것이 그 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수업 방식과 교육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성이다. TA들에게는 미리 치밀하게 마련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제도적 기반 하에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 내용과 수업 방식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통한 종합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전제돼야 한다.

학부 교육에 있어 핵심 역량의 함양을 위해서도, 대학원 교육에 있어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을 위해서도, 이제 전국의 대학들은 TA 제도 및 TA 장학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적 지원도 뒤따라야함은 물론이다.

임상우 서강대·사학

필자는 뉴욕주립대에서 서양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역서로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 등이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서강대 문학부 학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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