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2:55 (토)
사전 통지 없어도 ‘영어강의’는 준비해야 … 자신감 중요하지만 교만이나 오만은 금물
사전 통지 없어도 ‘영어강의’는 준비해야 … 자신감 중요하지만 교만이나 오만은 금물
  • 이현아 금오공대 컴퓨터공학부·소프트웨어공학전공
  • 승인 2010.06.14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임용을 위한 공개강의 조언

교수 임용 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면 “공개 강의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등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수많은 발표와 강의 경력이 있더라도 임용을 목표로 한 피심사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공개 강의는 교수임용 지원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피심사자와 심사자의 입장을 모두 겪어본 선배의 입장에서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지원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교수임용을 위한 공개강의는 크게 전공세미나와 시범강의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두 가지를 모두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이나 학과의 경우 채용 목적에 따라 전공세미나와 시범강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시범 강의는 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의 형태로 공개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강의 주제가 사전에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제가 주어지지 않으면서 시범 강의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해당 학과 핵심 교과목의 난이도 있는 내용을 선택해 강의를 구성하면 된다. 시범 강의를 요구하는 것은 지원자의 강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므로, 학생 청중 없이 심사위원만을 대상으로 강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학생 중심으로 강의를 구성해야 하며, 교육 경력이 많은 심사위원 앞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긴장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자신 있는 태도로 이해하기 쉬운 강의를 진행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개강의 이전에 별도의 지침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의 연구 성과에 대한 전공세미나로 강의를 구성하면 된다. 이 경우 본인의 여러 연구 성과 중에서 채용 전공 분야나 대학이나 학과의 특성화 분야와 일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현재나 향후의 연구 결과가 대학과 학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전공세미나의 경우 연구 내용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본인의 연구 능력과 발표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교수의 여러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공개 강의의 여러 목적 중 하나는 교육의 핵심 요소인 강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이해하기 쉬운 강의 자료를 준비해 적절한 발성과 발음, 속도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혹 지나치게 화려하게 자료를 준비하거나 기업의 사업 제안과 같은 느낌의 발표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으나, 공개 강의에서는 강의 능력 확인이 기본이므로 내용 전달에 해가 될 수 있는 구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발표 자료를 인쇄해 심사위원에게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근래 대부분의 대학에서 공개 강의에서 ‘영어 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해외파 우대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오해하는 임용 대기자들이 많지만, 국내로 유입되는 유학생이 늘어나고 대학 평가에서 국제화가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는 등의 이유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어 강의를 늘릴 수밖에 없는 대학의 현실에서 나온 정책이다. 따라서 공개 강의에서 영어 강의에 대한 요구가 사전에 통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 강의에서 우리 국적의 지원자에게 원어민 수준의 우수한 발음과 문장을 기대하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영어 강의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긴장하지 말고 내용 전달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를 진행하되, 지나친 준비로 내용을 통째로 외워서 하는 발표는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교수 임용이 서류심사, 공개강의, 최종면접의 세 단계로 구성되고, 학과에서 지원자를 대면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공개 강의이므로 공개 강의는 학과 면접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서류 심사와 공개 강의는 지원자의 연구와 강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면접에서는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인성을 확인하는 것을 중점으로 한다.

공개 강의 뒤의 질의응답에서 “취미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받고 이해할 수 없었다는 지원자들이 간혹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지원자의 태도나 성격 등을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성실하게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개 강의는 각 대학과 학과가 가지고 있는 교육과 발전 철학에 따라 각기 다른 목적과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개 강의에 대한 범용적인 지침을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대학의 유사 학과라고 하더라도 공개 강의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바는 확연하게 다르다. 따라서 지원자는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과 학과의 교육과 발전 방향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관, 연구관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자기소개서 작성에서부터 공개 강의와 면접까지의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 임용을 위해서나 임용 이후를 위해서나 중요하다.

공개 강의도 결국에는 사람의 일이라 대학과 학과에 불문하고 공통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교만하거나 오만하지 말아야 하며,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도를 넘어선 적극성이나 공격적인 모습은 좋지 않다. 개성을 살려야 하지만 무례하거나 상식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원칙의 기초 위에 지원 대학과 학과의 교육, 발전 목표 분석을 더한 공개 강의 준비를 통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현아 금오공대 컴퓨터공학부·소프트웨어공학전공

필자는(주)다음소프트 차장 등을 거쳐 지난 2004년부터 금오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수의 공개강의 심사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