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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대가 금품요구․논문대필…수사해 달라”
“임용대가 금품요구․논문대필…수사해 달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5.27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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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40대 대학강사, 유서에서 대학 임용비리 등 수사 촉구

 

자신의 집에서 목숨을 끊은 서 모 강사가 남긴 유서의 일부.
10년 동안 대학 시간강사로 지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학강사가 남긴 유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5일 자신의 집에서 연탄을 피워 놓고 자살한 광주 모 사립대의 시간강사 서 모씨(45세)는  A4용지 5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교수임용 대가로 금품요구, 지도교수 제자의 석․박사 논문과 한국연구재단 발표 논문 대필, 논문에 대한 기여도 없이 저자 이름 끼워 넣기 등 대학의 부조리를 밝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 씨는 유서에서 “채용비리 대가 요구와 논문 대필 등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꼭 밝혀달라”며 “채용비리를 수사해 달라”고 했다.

서 씨는 '이명박 대통령님께'라고 쓴 부분에서는 "한국사회는 썩었습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았습니까? “교수 한 마리(한 자리)가 1억 5000, 3억 원이라는 군요. 저는 두 번 제의를 받았습니다”라며 “대략 2년 전 전남 모 사립대학에서 6000만원, 두 달 전 경기도 모 사립대학에서 1억원을 요구 받았다”라고 폭로했다. 서 씨는 이어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시면 안됩니다"라며 "21세기형 사회 입니다. 동기부여 하십시오. 누구든 교수는 될 수 없습니다. 능력 위주로 해주세요. 부탁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서 씨는 "복사해서 '청와대'로 보내주세요" 라고 부탁했다.

유서에서 논문 대필 의혹도 제기했다.

서 씨가 몸담았던 광주 모 사립대 학과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함께 발표한 논문이 20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쓴 박사논문 1편, 한국학술진흥재단 논문 1편, 석사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 논문 4년을 썼다. 한국의 대학이 존재한 이래로 천문학적인 수치입니다”라며 “같이 쓴 논문 대략 54편 모두 제가 쓴 논문으로 이 교수는 이름만 들어 갔으며 세상에 알려 법정 투쟁을 부탁한다”라고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서 씨는 이어 “더 이상 가치가 없으니 버리려고 하십니까? 당신도 가족이 있고 형제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당신 종입니까. 노예로 삼아 오시더니 이제 가라고 하십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자로서 받들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세상에 눈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라고 유서에서 전했다.

서 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시간강사로 있던 광주 모 사립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교양영어 과목을 담당하며 1주일에 10시간을 강의했다.

<교수신문>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석·박사 임용정보 웹사이트 ‘교수잡’ 웹사이트(www.kyosujob.com)에서 교수임용 지원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515명 가운데 8.5%(44명)가 교수임용시 금전적인 요구나 발전기금 기부를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요구받은 금액의 규모는 5천만 원~1억 원이 43.2%로 가장 많았고, 1억 원~1억5천만 원 22.7%, 5천만 원 미만은 18.2%였으며, 2억 원 이상이 13.6%나 됐다. 특히 예체능계 교수 지원자는 무려 20.9%가 금전적인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고, 이들 중 44.4%가 1억~1억5천만원을 요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요구한 대학은 서울·수도권에 있는 사립대가 36.4%로 가장 많았다. 중소규모의 지방 사립대가 34.1%로 다음을 차지했고, 사립 전문대학이 18.2%, 대규모 지방 사립대는 9.1%였으며, 국공립대학은 2.3%였다.

지난 1998년 이후 서 모씨를 비롯해 8명의 시간강사가 목숨을 끊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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