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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팔짱 풀고 팔을 걷으니
[나의 연구실] 팔짱 풀고 팔을 걷으니
  • 배재흠 수원대 화학공학
  • 승인 2010.05.24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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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목하는 연구분야는 산업세정기술이다. 산업세정기술이란 제품이나 부품을 가공 중에 표면 위에 잔류된 유분 같은 절삭유, 미세입자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로, 거의 모든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극소형, 고집적화가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LCD, 정밀 전자 제품 생산에서는 제품의 품질 관리에 산업세정기술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나의 연구실에서는 주로 친환경적이고 세정효율이 좋은 산업세정제를 개발하고, 세정 후 오염물질의 잔류량과 잔류물질을 분석하는 세정성 평가를 한다. 그리고 세정액을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연구를 산업체와 공동으로 수행한다.

지금 산업체에서는 회사에 필요한 적합한 인재가 없어서 채용하지 못하는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론 많은 졸업생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까닭에 취업난을 겪고 있다. 취업난은 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현재의 대학교육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특히 공과대학에서는 실험실습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학부 학생들이 실험 장비를 다룰 수 있는 학습 여건을 갖추고 있는 대학이 그리 많지 않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재용(연구원), 박용배(석사과정), 박은준(학부생), 노현수(학부생), 박미정(학부생), 배재흠 교수, 서채민(학부생) 
사진제공: 수원대 화학공학과


나의 연구실은 많은 학생들은 아니지만 매년 3학년 1학기 학생 7~8명을 받아 들인다. 대학원생이나 4학년 선배들을 멘토로 붙여 여러 실험 장비를 다룰 수 있도록 실습 교육을 한다. 내가 추진하고 있는 산학연구과제에 참여시키거나 새로운 과제를 부여해 졸업 논문을 쓰게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상 학생들은 3학년 여름 방학 즈음, 고가의 실험 장비로 충분히 실험·실습 교육을 받고 학기 중에도 틈틈이 실험을 한다. 3학년 겨울방학에 학생들은 그동안의 실험결과와 차후 수행할 과제들로 중간발표한다. 과제는 4학년 여름방학까지 이어져 최종 수행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졸업 논문으로 제출한다.

학생들 중에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학생이 있으면 학회에 발표하게 하고 전공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항상 열려 있는 연구실에서 충분한 실험실습교육을 받게된다. 이렇게 하면 고가의 실험기자재들을 자신 있게 다룰 수 있게 된다. 두 차례의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발표력과 표현력을 기르고 졸업논문을 쓰면서 보고서 작성능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과 3, 4학년 학생들의 팀워크가 요구되는 과제를 공동 수행하게 하니, 요사이 젊은이들이 부족하기 쉬운 팀워크와 협동정신도 기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서 조차 단순 조립 생산으로는 기업을 유지할 수 없고 독창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학부 때부터 연구역량을 키우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다수 대학이 SCI급 논문 실적을 중심으로 교수들을 평가 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BK사업, 누리사업, 그리고 현 정부의 WCU사업 등을 통해 SCI 논문수는 대폭 증가했지만 졸업생에 대한 산업체의 평가는 향상되지 않고 있다. 이는 SCI 논문을 중시하는 현행 교수업적 평가기준 때문에 업적평가 점수가 적은 교육에 충실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과학 분야는 몰라도 공학 분야만은 SCI급 논문보다는 산학협력 실적에 더 무게를 두고 평가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야 산업 응용을 고려한 연구가 수행되고 그 결과가 기업에 필요한 분야에 용이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기업의 직무를 잘 이해하고 해당 분야에 취업접근성도 용이하니 최소한 지금보다는 구인·구직란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배재흠 수원대 화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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