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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일반인들이 가장 혼동해서 쓰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원시와 노안이다. 안과의사로서 그 차이점을 잘 이해되도록 설명하기 또한 쉽지 않다. 사람의 눈으로 사물을 잘 보기 위해서는 눈 속으로 들어오는 광선을 충분히 꺾어서(굴절시켜) 초점이 잘 맺도록 눈 전체가 하나의 돋보기 볼록렌즈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기능이 약해 빛의 꺾임이 불충분한 상태를 원시라고 한다.
우리 눈속에는 수정체라고 하는 돋보기알 모양의 렌즈가 들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의 한 현상으로 이 수정체가 점차 탄력성을 잃게 되고 볼록하게 되어 초점을 맺는 힘(이를 조절이라고 함)이 점차 약해지게 된다. 그 결과 가까운 거리를 볼 때 초점을 맺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노안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원시는 굴절이상이라는 안과 영역의 병적 상태이며 노안은 모든 사람들에게 예외 없이 일어나는, 즉 흘러가는 세월에 의한 자연 현상의 하나이다. 이 원시와 노안에는 교정을 위해 돋보기 볼록렌즈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시는 그 정도에 따라 다양한 임상형태를 보인다. 젊을 때는 어느 정도 원시가 있어도 수정체의 충분한 탄력성에 의해 조절이 가능하여 자신이 원시가 있는지도 모르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으나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보다 일찍 돋보기 안경이 필요해지고 점차 먼거리 시력까지도 떨어져서 이중안경, 다초점안경, 또는 거리에 따라 여러 개의 안경이 필요하게 된다. 원시 도수가 높을수록 근거리용 돋보기 안경이 필요한 연령이 낮아진다. 우리나라에서 원시가 없는 정상안에서 노안 증상의 발생시기는 대략 45세 전후이다. 원시의 빈도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임상적으로는 노안이 시작되는 이즈음에 원시의 빈도도 함께 늘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원시, 노안의 시력교정에는 돋보기 안경이 필요하다. 근시는 성인이 될 때까지(보통 18∼20세) 그 도수가 증가하다가 멈추므로 성인이 된 후에는 안경 도수가 변하지 않으나 원시와 노안, 특히 노안은 일단 안경을 착용한 후 그 도수가 평생 계속 서서히 증가한다. 안경 이외에 콘택트렌즈 착용이나 수술교정에 있어서도 원시, 노안은 근시와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그 발생 연령이 장년, 노년층인 원시와 노안에서는 근시가 주로인 젊은 층에 비교해 콘택트렌즈를 쓰는 일이 쉽지 않다.
수술 치료에 있어서도 원시, 노안 교정 수술은 각막 중심부분을 편평하게 하는 라식 같은 근시 수술에 비해 해부, 생리학적으로 불리하여 그 발전이 늦은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레이저 장비와 수술기법의 등장으로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현재 임상에서 가능한 원시, 노안 교정수술을 소개하면 1)라식 2)LTK 3)공막확장술 4)안구내 렌즈 삽입술을 들 수 있다.
라식 수술은 이미 근시, 난시 교정수술의 대명사처럼 보편화된 수술이지만 원시의 교정에서는 가장 최근의 엑시머 레이저 장비의 발달과 함께 가능하게 되었다. 다른 원시 교정 방법에 비해 높은 도수의 원시까지도 교정이 가능하지만 60세 이상에서는 권하지 않는 추세이다.
LTK수술은 Laser Thermokeratoplasty(레이저 열각막응고 성형술)의 약자로서, 각막을 깎아내는 라식과는 전혀 다르게 주변부 각막에서 열응고 효과에 의해 중심부 각막을 볼록하게 함으로써 원시를 교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수술 연령 제한이 없고, 수술 부작용의 우려가 없는 안전한 수술 방법이지만 라식보다 그 교정 도수가 낮으며 성공적 시술을 위해서는 각개인의 많은 요소를 고려한 수술자의 많은 임상경험을 필요로 한다. 이 LTK수술은 원시교정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노안교정수술로써도 응용될 수 있다.
공막확장수술은 노안 회복 목적의 수술방법이지만 그 근거 이론에 아직도 논란이 많으며 수술결과 또한 예측도가 떨어져 극히 제한적으로 시술되고 있으며 안구 내에 렌즈를 직접 삽입하는 방법도 인공 렌즈의 발달과 함께 임상 적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학으로 노화 늦출 수 있어
엑시머, 라식 수술이 등장한지 벌써 십 수년이 지났으며 그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보편적으로 많은 근시교정수술이 행해질 것은 예측되지 못하였다. 최근 1∼2년 사이에 원시, 노안을 수술적으로 교정하기 위한 그동안의 많은 연구와 첨단기술 발전의 결과로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 방법들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더욱이 21세기 들어 우리사회도 급속히 노령화 사회로 진행하면서 의학적 관심이 단순히 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노년층 삶의 질에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임상에서 50대 이상 연령층을 진료하다보면 과거에 비해 자신의 질병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노안은 노화의 한 부분으로서 현재까지는 완전하게 젊은 시절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첨단 의학 기술은 적어도 돋보기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할 수준까지는 왔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