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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립대, 교과과정 폐지로 불화의 중심지가 되다
플로리다주립대, 교과과정 폐지로 불화의 중심지가 되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5.03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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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가, 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학과 구조조정과 같은 특단의 해법은 국내 대학들만 모색하는 전략이 아닌 것 같다. 미국 대학들도 철학과, 사회교육과 같은 학과나 교과과정들을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고등교육지인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에 따르면, 플로리다주립대에서는 더 이상 인류학을 전공할 수 없다. 루이지애나대도 경제학과 전공의 빗장을 닫아걸었고, 오레곤주립대 역시 컴퓨터물리학 전공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크로니클>은 이런 추세를 두고 “더 많은 학과나 학위 교과과정들이 킬로틴의 그림자 아래 던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펜실배니아와 사우스 타코타에 있는 주립대들을 포함한 대학들도 더 작은 학위 교과과정들을 도매로 넘기려는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학들 역시 입학생수나 학생당 교육비 등을 근거로 해서 학과를 솎아내고 있다. 주정부에 불어닥친 예산 삭감이 대학가에도 영향을 미친 형국이다. 루이지애나는 50개 이상의 학위 교과과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오와대는 16개의 교과과정을 없애버렸다. 이런 교과 과정 폐지는 2011년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합 또는 폐과 움직임에서 과연 누가 교과과정들을 죽이고 살리는 결정을 내려야 할까. 이 문제는 이미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 들어간 한국 대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대학들이 이런 ‘킬로틴 아래로 던지기’ 결정을 내릴 때 학과 교수들의 반발을 적잖게 겪고 있는 사정을 보더라도, 상호이해에 바탕한 합리적 결정을 도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대학가에서는 어떻게 이문제를 바라볼까.

미국 대학들 역시 학과 폐지의 피묻은 칼자루를 누가 쥐어야 할지 논란이다. 커리큘럼 편성에 책임있는 교수들인가, 아니면 대학의 재정적 안정에 책임 있는 대학 이사들인가, 아니면 대학과 교수 사이에 걸터앉은 행정보직자들일까. <크로니클>은 학장들이 교수회를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하면, 활동적인 교수들은 자신들이 이미 기차에 태워졌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유된 거버넌스의 기본 원칙’이 위험한 상태에 처해졌다는 자각이다.

불화의 중심지는 플로리다주립대다. 이 대학 이사회가 지난해 6월 10개 학부 학과와 3개의 대학원 교과과정을 보류 또는 폐과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플로리다주립대의 교수 62명(테뉴어를 받은 21명의 교수를 포함)은 오는 5월 이후 더 이상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결정이 내려지다보니 플로리다주립대 교수회 회장인 경영학과 잭.T.휘토리오 교수는 폐과를 제안한 위원회 구성에 볼멘소리를 냈다. “폐과를 제안한 위원회에는 8명의 행정직이 포함된 반면, 교수는 3명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강제 휴직’에 대한 중재를 모색하고 있다.

해고 교수의 한 사람인 필립 N. 프뢸리히 교수는 플로리다주립대에 1978년에 임용돼 테뉴어를 받은 해양학과 교수다. 플로리다주립대는 해양학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했다. 프뢸리히 교수는 대학 당국의 처사를 부도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때 조지아텍에서 행정보직을 지냈던 63세의 프뢸리히 교수는 대학 당국이 재정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이해는하지만, 대학 당국의 결정에 교수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폐과에 따른 해고가 최소화될 수 있으며, 그런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반면 이 대학의 로렌스 G. 애블리 학장은 모든 교과과정 대표자들과 미팅을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결정을 교수회의 손에 맡겨놓는 것은 불필요한 정치적 과정들을 초래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애블리 학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접근을 시도한 이가 있다. 훔볼트주립대의 로버트 A. 스나이더 학장은 먼저 교수회의 바람을 들어줬다. 교수들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 결과 교수회는 130만불 규모의 재정 절약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학과 교수들의 사기, 그들이 지닌 전문적인 지성의 권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은 중요하다. 일리노이대의 매튜 W. 핀킨 법학 교수는 “대학 본부가 머지 않아 교수들의 판단을 중차대하게 신뢰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핀킨 교수는 만일 대학 당국이 예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나쁜 신념에 입각해 행동한다면, 교수회가 대학측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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