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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보는 교수신문] 빈축하다가 애독자가 되다
[독자가 보는 교수신문] 빈축하다가 애독자가 되다
  • 권영애 건양대·중국언어문화학과
  • 승인 2010.04.12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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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이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 좀 생경했고 이미 대학 교직에 몸담고 있었지만 교수를 독자로 하는 신문이 따로 있어야하는지 썩 납득할 수 없었다. 있으면 나쁠 거야 없지만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또 뭘 만들고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가 경솔하다 싶어 그 핀잔만은 황급히 거두어들였던 기억이 난다. 대학과 대학교육의 여러 소식과 정책을 주제로 교수들이 관련 의견도 개진할 수 있게 하는 등 그 지양을 이끄는 매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재직하는 대학이 소재한 논산에도 아직 추위가 웅크리고 있지만 이웃 산 너머 관촉사 미륵불의 미소가 온화하고 교정에 만개한 개나리와 신입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봄기운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엔 청운이 서려있지만 교수들의 가슴에는 흑운도 서린다. 아직 1학년인 학생에게 격심한 취업경쟁을 강조하면서 학업성취와 스펙 쌓기를 촉진해야만 한다. 게다가 신입생을 맞이하는 일조차도 버겁다. 올해 대학 진학률 81%는 작년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이 자체가 고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많은 지방 대학들은 올해도 신입생 충원을 걱정했고 앞으로는 더욱 더 걱정해야할 형편이다.

이 문제에 골몰해서 그런가. 요즘 길거리에서 지자체 선량 후보를 알리는 홍보물을 받고 착각이 분명하지만 문득 그걸 건네는 사람과 내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고소를 짓는다. 우리 대학은 그동안 진정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대학, 미래가 담보된 대학이 되고자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안하며 학생들의 학업 제고를 위해 노력한 결과, 취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늘 허기진 사람들처럼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러한 동향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 소재 대학 거의 전부가 대동소이할 것이다.

최근 우리 대학에서도 한 학생이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수강 부담이 자신의 존재를 압도하고 취업에만 몰두해야하는 대학생활이 싫어 자퇴하겠다고 해 겨우 무마한 일이 있었다. 이런저런 요인으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오늘, 우리 교수들은 사랑하는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여러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의 좁은 시공간에서의 고민과 모색은 아무래도 빈약해서, 나는 <교수신문>에 실린 선배 동료교수들의 글과 기사에서 그 정련된 뜻과 노력을 배우려하고 있다. 어떤 글에서는 같은 고민을 읽고 동감하며 위로받고, 어떤 글에서는 해결책을 찾기도 하며, 어떤 글에서는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감개가 있고, 어떤 글에서는 각성 끝에 내 미래의 모델을 찾기도 한다.

 이 시대의 대학교육은 이제 일개 교수가 연구실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폭과 깊이가 다양해지며 분방해지고 있고 그 문제나 대안 역시 그러하다는 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부실한 독자가 <교수신문>에 뭘 더 바랄까만, 대학교육의 대도를 지향하는 기존의 편집이념과 체재를 견지하면서도 지방대의 현황에도 더 관심을 갖고, 일견 형이하의 문제이며 별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관점과 논거로 이런 문제들을 같이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영애 건양대·중국언어문화학과
2001년부터 교수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있는 권영애 교수는 대만 동오대에서 박사를 했다. 중국 문언소설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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