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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박사학위 남발 위험 수위
명예박사학위 남발 위험 수위
  • 교수신문
  • 승인 2002.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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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30 18:12:59
명예박사학위 수여의 모든 권한을 대학에 일임한 1994년 이후 명예박사학위 수여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명예박사학위 남발이 문제시되고 있다 <관련기사 4면>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92년에 33개가 수여됐던 명예박사학위가 2001년에는 1백37개가 수여돼 10년전보다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현재 박사학위 과정이 설치된 97개 대학에서 수여한 명예박사 학위는 총 2천5백30개에 이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학위수여가 증가한 것과 더불어 정치계 인사와 재계 인사에게 상당수의 학위가 수여된 것으로 드러나, 대학들이 학위를 매개로 특정 인사와 연고를 새로 만들거나 더욱 강화해 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즉 대학들이 우리나라의 학술과 문화 발전에 특수한 공헌을 했거나 지역사회 및 대학 발전에 현저한 공헌을 한 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들이 기회가 되는대로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에게 학위를 수여, 그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

또한 일각에서는 권력의 흐름에 따라 명예박사학위가 수여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가령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김대통령(경희대, 고려대)을 비롯, 대통령의 부인인 이휘호 여사(이화여대, 덕성여대, 동아대)와 김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국회의원(배제대, 목포대), 권노갑 전 의원(경기대, 명지대, 제주대), 한화갑 국회의원(한남대, 한국항공대)이 연이어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김영배 상임고문(한양대, 우석대), 한광옥 새천년 민주당 대표(원광대), 신낙균 상임고문(대구대), 박상규 사무총장(숭실대) 등도 현 정권이 출범하자 명예박사학위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총선을 앞두고 대구대, 영남대 등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에서 당선이 유력한 총선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잇따라 학위를 수여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김영삼 정권 때도 벌어졌었다. 1994년 개각이후 2선으로 물러앉아 있던 민자당 내 민주계 인사들이 잇따라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던 것. 최형우 의원과 황명수 의원은 동국대에서 각각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박관용 전 대통령정치특보는 부산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아 의혹의 눈길을 샀다. 정계와 대학의 밀월관계를 어렴풋이 감지한 것.

이에 우종천 서울대 교수(물리학과)는 “선진국의 많은 대학도 특정 인사와 연고를 만들기 위해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예가 흔히 있다. 다만 수여 대상자가 대학에 이익을 주더라도, 중·장기적 안목에서 대학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며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할 때에 신중을 기할 것을 지적했다.

또한 정우현 아주대 교수(교육대학원장)는 “많은 대학들이 경영이 어려우니까, 정계나 재계 쪽의 인사들과 인연을 맺으면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만약 자격이 충분하지 못한 특정 정·재계 인사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함으로써 명예박사학위의 권위가 추락한다면, 그것은 대학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며 학위에 대한 대학의 책무성을 강조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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