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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_감자] 곰삶이보리밥에 주먹만 한 감자 한 톨의 추억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_감자] 곰삶이보리밥에 주먹만 한 감자 한 톨의 추억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0.04.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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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감자(Solanum tuberosum)는 쌍떡잎식물로 가짓科에 드는 한해살이풀이다. 馬鈴薯·北甘藷라고도하며 남미의 페루·칠레 등의 안데스산맥이 原産地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로 온대지방에서 널리 재배한다. 미리 말할 것은 감자의 싹이나 햇볕을 쐬어 파랗게 변한 부분엔 알칼로이드(alkaloid)의 일종인 솔라닌(Solanine)이란 것이 있어서 毒性이 강하므로 먹지 말아야한다.

겨울을 지내봐야 봄 그리운 줄 안다했다. 비로소 봄기운에 마음이 설레고 안달이 난다. 禪農一體라, 도 닦는 것과 농사짓는 일은 한결 같다. 겨울은 떠나기 싫고 봄은 오고 싶어 하는 4월 초순경, 설노인들 얼어 죽기 쉽다는 꽃샘추위가 한창일 즈음 고맙게도 해마다 제자교수가 겨우내 냉골에 둬서 生氣를 잃지 않은 ‘씨감자’를 대관령 어디선가에서 구해준다. 감자를 바람 씌운 다음에 오목하게 패인 눈이 촘촘히 박힌 끝 쪽을 가로로 칼로 잘라 버리고 세로로 감자 눈이 한두 개씩 들게끔 길게 서너 토막을 낸 뒤 감자津이 마르도록 그늘에 말린다. 꺼들꺼들 마르면 담요 따위로 덮어두어 싹눈이 쭈뼛쭈뼛 내 밀 때쯤 금세 밭에 갖다 정성 드려 띄엄띄엄 심는다. 無性生殖의 한 종류로 식물의 씨앗 아닌 잎, 줄기, 뿌리 같은 영양기관을 이용해서 번식하는 이런 방법을 營養生殖이라 한다. 

알다시피 우리가 먹는 통감자는 뿌리가 아니고 줄기다. 塊莖이라고도 하며,  감자를 캐보면 가는 뿌리가 따로 많이 나있고 덩이줄기(감자)는 하얀 긴 줄기 끝에 떡하니 달려있다. 그러나 뿌리가 변한 고구마는 주변에 뿌리가 있을뿐더러 덩이자체에도 잔뿌리들이 나있는 것이 다르다. 감자는 줄기가 변한 것이고 고구마는 뿌리가 변한 것이란 말이다. 감자는 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니 옛날에 강원도 땅에 많이 심었고, 하여 내가 사는 강원도 사람을 ‘감자바위’라 불렀다. 

감자는 세계적으로 5천여 品種이 있다한다. 감자는 6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대가 나와 꽃이 달리는데, 지름 2∼3cm 되는 별모양으로 5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종자에 따라 엷은 자주색 또는 흰색 꽃이 핀다. 꽃의 색과 땅속에 생기는 덩이줄기의 색은 같으니 앞의 것에는 자주색 감자가, 뒤의 것엔 흰 감자가 열린다.

감자는 세계에서 쌀, 밀, 옥수수 다음으로 네 번째 많이 생산하며 영양가도 괜찮은 편이라 독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는 주식으로, 우리들은 샐러드/튀김 같은 부식과 포테이토칩처럼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소주의 원료나 당면 등을 만들며 동물의 사료로도 쓰인다. 늙으면 과거를 먹고 산다했다. 節米하느라 그랬지. 곱삶이보리밥에 주먹만 한 감자 한 톨을 들어내 먹고 나면 정말이지 밥그릇 한 가운데가 뻥 뚫린 동굴이 됐다. 안타깝게도 헐벗고, 꽁보리밥도 배불리 못 먹었던 그 어린 시절, 그래도 그 때가 그립다.

무배추가 高冷地에서 잘 자라듯 감자도 예외가 아니다. 알고 보면 식물은 봄과 가을에 주로 자란다. 한창 크는 애들의 키를 재 봐도 낮은 따뜻하고 밤이 서늘한 갈봄에 쑥쑥 는다. 식물은 낮에는 光合成으로 양분을 만들고 밤낮으로 그것을 이용해 에너지를 내는 呼吸을 한다. 어떻게 하면 수입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총수입-소비지출=저축! 총광합성량-호흡량=순성장량/저장량이다. 뜨끈뜨끈한 대낮에 광합성이 팍팍 일어나고 한밤에는 쌀쌀해 기온이 푹 내려가 호흡이 확 줄어드는 고랭지의 감자 고구마와 푸성귀들은 富者다. 많이 만들고 적게 소비하니 식물체가 무성할뿐더러 땅속의 뿌리줄기에도 양분저장이 늘 수밖에 없다. 한껏 고도가 높아 낮엔 덥고 밤엔 추운 대관령의 감자는 거짓말 조금 섞어 아이머리통만하고 배추는 한 아름이요 무는 처녀 다리통만하다. 植物은 참 고마운 食物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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