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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사례 소개 …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 제공’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사례 소개 …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 제공’
  • 염민호 전남대·교육학과
  • 승인 2010.04.05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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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평] 업크래프트·가드너·베어풋 외 지음,『신입생 교육: 도전과 지원』(이지헌 역, 학이당, 2009)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대학은 세계 대학의 발전과 비교할 때 놀라운 양적 성장을 보여준다. 대학교육 기관의 숫자(2년제와 4년제 대학 포함)는 1970년 168개에서 2008년 348개로 약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학교 졸업자 비율은 이미 10여 년 전에 50%를 넘어섰고, 2008년에는 83.8%에 이르렀다. 이러한 수치는 트로우(M. Trow, 1974)의 대학교육 발전 단계 구분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육이 최소한 양적 측면에서 2000년에 이미 ‘보통 대학교육 체제(Universal Higher Education)’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한국 대학교육의 급격한 양적 성장과 대학교육의 성격 변화는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과 투자를 쏟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매년 평균 약 60여 만 명에 이르는 대학 신입생의 특성을 조사하고, 이들에 맞는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은 대학의 아주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일회용 행사 수준에 머물거나, 실태 조사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대학 행정가들을 위한 실용서


대학 신입생 교육의 질적 개선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요구와 대학 구성원의 신입생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교육의 방향 설정과 내용 구성에 대한 해법의 마련은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업크래프트 외 38명(2005)이 저술한 책(Challenging and Supporting the First-Year Student: A Handbook for Improving the First Year of College)은 대학 신입생 교육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는 나침반과 백과사전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업크래프트(Upcraft), 가드너(Gardner), 베어풋(Barefoot)는 미국 대학 신입생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과 국가 수준의 연구 기관에서 오래 동안 일하면서 많은 책과 연구 논문을 출판한 탁월한 연구자이자 교육자이다. 이지헌 전남대 교수(교육학과)는 이 책을 『신입생 교육: 도전과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번역했다. 영문 원본의 전체 분량이 607쪽이고, 다루는 내용이 대학 신입생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번역 작업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에 구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학 행정가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 1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론적 지식, 연구 결과, 실천 사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의 ‘서론: 대학 1학년을 다시 생각한다’에서 대표 저자 3인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대학 신입생을 위해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의 발달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대학 신입생과 관련한 중요한 쟁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명하게 논의하고 있다. 서론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들 대표 저자들이 이 책의 이론적 분석틀로서 제시한 ‘도전(challenge)’과 ‘지원(support)’의 개념이다.

스탠포드 대학교 샌포드(N. Sanford) 교수(1962)가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활용한 ‘도전과 지원’의 개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의 이론과 실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일종의 통합 기제로서 각 장의 내용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도전’은 학생들에게 학습 및 개인의 발전에 필요한 적절한 수준의 도전적인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원’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자기 발전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캠퍼스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들 직접 참여해 결과 낼 수 있도록 해야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대학 신입생 교육과 관련한 이론 및 경험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한 것이다. 이 책은 대학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을 개념화하고, 그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책을 확보하며, 관련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 교육에 관심 있는 연구자와 대학의 지도자, 프로그램 관리자는 신입생 교육과 관련해 이 책을 백과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광범위하고, 각 장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이 명료하게 개념화되지 않거나 내용이 부분적으로 중복돼 있다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친절하게도 각 장마다 ‘제언’과 ‘결론’의 형식을 동원하여 독자들이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국 대학의 신입생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특별한 내용을 확인했다. 첫째, 체계적인 대학 신입생 교육을 위해서는 샌포드 교수가 제시한 ‘도전과 지원’의 개념이 필요하며,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입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이 학생에게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능한 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많이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의 실천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 중 대학의 특성에 따라 우선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하나는 정규 교육과정과 비정규 교육과정 영역에서 대학 신입생의 1년 경험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대학이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책임자나 책임 부서를 갖추고 있다면, 그 대학은 일관성 있고, 균형 잡힌 신입생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입학 단계에서부터 1년 동안 신입생과 교수 간의 (비)공식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규모가 큰 대학일수록 더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교수-신입생 간의 상호작용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할 것이다.

염민호 전남대·교육학과

필자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저서로는『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분과학문의 성찰』이 있으며, 논문으로는「신입생 교육의 개념 및 전략 구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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