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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찬란한 날개를 기다리며
[나의 강의시간] 찬란한 날개를 기다리며
  • 권상인 경성대·공예디자인학과
  • 승인 2010.03.29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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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애잔한 가을꽃을 피우기 위해 적란운 사이에서 하늘을 찢어 내리는 천둥이 치고, 한 여름 장맛비가 개인 밤 안개낀 고즈넉한 솔밭 그림자 속에선 소쩍새가 그렇게 슬피 울었다고 했던가. 산 꿩이 홰를 치고 목청을 높이는 계절엔 둥우리 안에 갓 깨어난 산새 새끼들은 그 머리 위에 마치 민들레씨 솜털을 닮은 깃털을 달고, 어미 새가 물어온 먹이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입을 크게 벌려댄다. 논두렁에 피어난 임자 없는 들국화는 천둥과 소쩍새의 울림으로 그렇게 향기로울 수 있고, 산새의 어린것들은 먹이를 가지고 쟁탈함으로서 아름다운 깃털을 길러내는 것이리라.

정서적으로나 감각적으로 또는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들어내어 표현하는 방법들이 미숙한 새내기들을 대학이 맞이하는 계절은 3월 초순이다. 이 새내기들은 사물을 관찰하거나 관찰 된 결과를 응용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아직 논두렁에 자라는 잡초에 불과하며 솜털을 몇 개 머리에 얹고 있는 어린 새에 불과한 상태여서 창조적 지각자체가 오리무중이다.

잡초에 불과한 식물이 가을이 돼 들녘에서 하늘거리는 들국화로 피어나기 위해 비와 바람과 태양, 그리고 천둥소리와 소쩍새 우는 소리가 있어야 되듯이 이 새내기들의 창조능력을 위해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다. 도예전공에서 1학년은 주 재료인 점토의 물성을 탐구하며 2학년은 점토를 이용해 각종성형방법과 소성방법에 관해 연구한다. 3학년 과정에서는 1, 2학년에서 익힌 기법들을 종합해 자기양식을 탐색하고 탐색한 길을 따라서 자기양식이 형성되면, 4학년에 졸업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最終章이다.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교육과정 이외에 개인적으로 노력해 몸에 지녀야 할 예술가적 소양이 있다. 예민한 감성과 집중력, 열정 등은 예술가가 속성으로 갖추어야 할 품성이다. 독서, 국내외의 기나긴 여행, 異性的·종교적 사랑이나 인과 관계를 통해 인간 품성의 변모가 가능하리라.
사랑하는 親友와의 석별이 아쉬워 새벽달을 바라보거나 몇 끼를 굶은 후 먹는다는 고마움에 쏟아져 내리는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정서로, 과연 품격있는 작품제작이 가능할까.

사진제공: 경성대 공예디자인학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도예작품 분야는 이차대전 이후 미국의 액션페인팅 예술경향과 동양의 도예적 기법의 충돌에서 발생한 현대적 경향의 陶彫이다.
도조는 공예적 요소인 기능에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표현이 자유로워 196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행한 도예양식이다. 한국에서도 모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다양한 기법으로 새로운 창조적 의지에 도전하는 소위 오브제 작품을 선호하는 공모전도 조각분야의 공모전 보다 다양화 돼 있고 그 숫자도 더 많다.

미술계열 강의의 특성은 교육과정상의 수업시수만으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수업 외의 제작에 몰두해야 한다. 4학년 학생들이 국화꽃으로 피어오르기 위해 혹은 푸르른 허공에 아름다운 나래짓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사계를 통해 소쩍새 울음소리를 듣고 한 여름의 밤하늘에서 내리는 운명같은 천둥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

신춘문예에 당선돼야 문단에 데뷔할 수 있듯이 미술계열의 작가들은 공모전에서 갈고 딱은 기량으로 실적을 쌓아올리거나 개인전으로 스스로의 작품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하기 때문에 4학년의 四季는 말 그대로 刻苦의 세월이다.

봄날에 어미새들이 정성들여 지어 낸 둥지 안에서 알을 깨고 나온 새끼들은 여름 한 계절 형제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먹이 쟁탈에서 살아남으면서 날개와 깃들을 키워가며 기다린다. 얼마간 희노애락의 인고에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날 둥지를 박차고 저 푸르른 창공으로 치솟아 올라 유유히 허공을 선회 할 그 찬란한 날개 짓이여!

 

권상인 경성대·공예디자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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