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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원 비율 높지만 1인당 교육비는 한참 못 미쳐
외국인 교원 비율 높지만 1인당 교육비는 한참 못 미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3.29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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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중심대학과 한국 상위권 대학 교육여건 비교해 보니

“202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들겠다.” “세계 200대 대학 진입이 목표다.” 국내 대학의 발전 계획이나 비전 발표에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다. ‘국제적 수준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문구는 넘쳐나지만 구체적인 목표 제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국내 대학은 과연 세계적인 대학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교육·연구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최근 나온 『대학 자체평가의 국제적 수준 진단모형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이영학 동의대 교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보고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연구 책임을 맡은 이영학 동의대 교수(교양교육원)는 “미국 과 한국 대학의 수준을 평가지표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국제적 수준의 발전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게 국제적 수준의 대학에 대한 통계치를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고등교육 관련 평가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지표 18개를 추려내 비교했다.


분석 결과, 대학원생 비율과 외국인 교원 비율은 국내 상위권 대학이 미국의 연구중심대학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 중 대학원생 비율 상위 200개 대학의 대학원생 비율은 평균 26.7%, 석사학위 수여대학은 평균 15.4%다. 2008년 <더 타임스> 평가에서 200위 이내에 든 미국 58개 대학의 대학원생 비율은 평균 33.3%였다.

대학원생 비율은 미국 연구중심대학 규모
대학원생 비율 상위 10%에 해당하는 국내 21개 대학의 대학원생 비율은 평균 43%로 이들 미국 대학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 연구중심대학 중 상위 50개 대학의 대학원생 평균 비율 46%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상위 50%에 해당하는 국내 104개 대학의 대학원생 비율은 평균 23.5%였다. 2009년 중앙일보 종합평가 상위 10개 대학의 대학원생 비율은 평균 30.5%, 상위 19개 대학의 평균은 27.9%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한국 대학의 수치는 미국과 달리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뿐 아니라 특수대학원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특수대학원의 학생수는 국내 전체 대학원생의 49.4%(2009년 기준)를 차지한다. 교육에 대한 질적인 부분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외국인 교원 비율 역시 한국 대학이 높았다. 국내에서 외국인 교원 비율이 상위 50%에 드는 104개 대학의 경우 이 비율은 평균 10.2%로 <더 타임스> 평가에서 200위 안에 든 58개 미국 대학의 평균 10.5%와 비슷했다. 상위 10%에 드는 21개 국내 대학은 평균 22.8%로 미국 연구중심대학 중 상위 25개 대학의 19.5%보다도 높았다. 중앙일보 종합평가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은 8.0%로 미국 연구중심대학 상위 200개 대학(8.0%)과 비슷했다.

외국인 교원 비율 높지만 상당수는 교양 외국어 담당
보고서는 “한국 대학의 경우 외국인 교원의 상당수가 교양 외국어를 담당하는 외국인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외국인 교원 비율이 평가지표로 포함되면서 비전임이었던 외국인 교원의 상당수를 전임교원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전공교과를 강의하는 교원만 포함할 경우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이나 석사학위 수여대학보다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학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한국 대학이 현저하게 낮았다. 중앙일보 평가 상위 19개 대학의 학부 외국인 학생 비율은 최고값(15.3%)이 미국 연구중심대학 평균(16.3%)보다 낮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국내 21개 대학의 평균 외국인 학생 비율은(11.2%)은 교육중심대학이랄 수 있는 미국의 석사학위 수여대학 평균 12.4%와 비슷한 수준이다. 학부와 마찬가지로 중앙일보 종합평가 상위 10개 대학의 외국인 대학원생 비율 역시 최고값(10.6%)이 미국 석사학위 수여대학의 평균(12.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여건에 해당하는 교원 1인당 학생수에서는 여전히 수준 차가 크다. 한국 대학 중 교원 1인당 학생수 상위 10%에 속하는 21개 대학(평균 12.0명)은 미국 연구중심대학 수준(평균 12.1명)을 보이지만 상위 50%(평균 23.1명)의 경우 미국 연구중심대학 및 석사학위 수여대학(평균 15.2명)의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상위 10%에 속하는 한국 대학은 대학병원이 있어 임상교수를 포함한 경우와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대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일보 종합평가 상위 10개 대학(평균 23.7명)과 상위 19개 대학(평균 25.0명)의 평균 또한 미국 연구중심대학과 석사학위 수여대학의 최고값(17.8명, 19.5명)보다도 더 높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미국 대학과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5만2천770달러, <더 타임스> 평가에서 200위 이내에 속한 미국 58개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0만4천120달러였다. 중앙일보 종합평가 상위 10개 대학(2만7천730달러)과 상위 19개 대학(2만2천147달러)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상위 10%에 드는 한국 대학의 평균 교육비는 3만1천326달러로 <더 타임스> 평가에서 200위 이내에 속한 58개 미국 대학의 최저값(3만1천694달러)보다도 낮다. 한국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대체로 미국의 석사학위 수여대학(2만8천697달러)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미국은 석사학위 수여대학이 교육여건 더 좋아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는 국내 대학들이 눈여겨 볼 점이 있다. 학부 20명 미만 강좌 비율은 석사학위 수여대학이 연구중심대학보다 약 5% 정도 높았다.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20명 미만 강좌 비율은 평균 51.6%였으며 석사학위 수여대학은 평균 57.3%로 나타났다. 50명 이상 강좌 비율도 미국 연구중심대학은 평균 8.2%인데 비해 석사학위 수여대학은 평균 1.3%였다. <더 타임스> 200위 안에 든 58개 대학의 학부 50명 이상 강좌 비율은 평균 13.5%로 연구중심대학보다도 높았다.


미국의 석사학위 수여대학은 연구중심대학에 비해 수업 당 학생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그만큼 더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대학은 학부 20명 미만 강좌 비율이나 학부 50명 이상 강좌 비율에서 상위 10%에 속하는 대학만 미국의 석사학위 수여대학보다 우수했다.


하지만 한국의 상위 10%에는 소규모 종교계 대학, 외국어대학, 지방대학으로 학생모집이 어려운 대학이 많이 포함돼 있어 학부 교육여건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교수는 “국내 대학 중 교육중심을 표방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데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교육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학부의 제반 교육여건이 연구중심대학보다 우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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