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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虎, 알고보니 斜視·언청이도 많고 수명도 짧더라
白虎, 알고보니 斜視·언청이도 많고 수명도 짧더라
  • 권오길 /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0.03.22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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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18>호랑이

금년이 바로 ‘白虎의 해’다. 용맹하고 날쌔며 거침없는 靈物, 우리 국민이 가장 우러러보는 山君子, 민화나 민담의 단골에서 올림픽 마스코트까지 더없이 사랑받는 山神靈,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이발소그림이나 건국신화에도 등장하는 호랑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물론 虎患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었다. 옛날이야기는 으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로 시작하고,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했으며, 不入虎穴 安得虎子,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어찌(安) 호랑이(虎子)를 얻을 수 있겠는가.
호랑이(Panthera tigris, tiger)는 食肉目(Carnivora), 고양이과(Felidae)의 포유류로 삼림ㆍ갈대밭ㆍ물가의 우거진 숲 같은 곳을 좋아하며, “호랑이가 새끼 치겠다”라는 말은 김을 매지 않아 논밭에 풀이 무성함을 꾸짖거나 비꼬는 말이요, 미운 사람보고 ‘범 물어갈 놈’이라 했든가. 호랑이는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3월에 교미하고 다른 고양잇과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짝짓기하며, 임신기간은 16주이고 새끼는 서너 마리 낳는다(1년 안에 그 중 절반은 죽음).

녀석들은 단독생활을 하며 수명은 야생에서 15년 정도이고, 인도네시아에서 시베리아까지, 즉 열대에서 한대까지 널리 분포한다. 보통 몸에 100여개의 줄무늬(stripes)가 있으며 棲息地에 따라 형태나 크기가 꽤나 달라서(남으로 갈수록 등치가 작아짐) 호랑이를 대개 8 아종(亞種,subspecies)으로 분류한다. 아종이란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로 조금씩 차이나는 일종의 生態種(ecospecies)이며, 일례로 수마트라호랑이(Panthera tigris sumatre)와 시베리아호랑이(P. t. altaica), 인도(벵골)호랑이(P. t. tigris)는 같은 종에 드는 탓에 이들(아종)끼리는 서로 交雜(interbreeding)할 수 있다.

‘우리 호랑이’는 여덟 아종 중에서 ‘시베리아호랑이’로 아무르 유역·만주·한국·중국북부에 살며 지구상에 등치가 가장 커서 體長은 3.5m이고 암컷보다 더 큰 수놈은 체중이 평균 227kg이며 虎皮가 제일 두껍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집 舍廊房에 호피가 한 장이 있었다. 그리고 2005년 센서스(census)에서 아무르지역에 아직 450~500마리가 사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하니 한국에 호랑이가 없을 뿐이지 그 씨가 마르지는 않았다. 谷無虎先生兎,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선생님’이라고 먹이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했던 범이나 늑대 따위가 살아지고 나니 그 아래 것들인 고라니나 멧돼지, 너구리들이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그들은 오줌이나 肛門腺(anal gland)분비물을 깔기거나, 멀리(3km 이상)서 들을 수 있는 咆哮로 텃세를 부리며 사슴ㆍ산돼지ㆍ원숭이ㆍ물고기를 잡아먹고, 개가 그렇듯이 호랑이도 가끔 풀을 뜯어먹어 섬유소를 보충한다. 虎視眈眈, 몰래 埋伏해 기다리거나 虎視牛步, 눈에 불을 켜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덮친다. 순간적으로 시속 49~65km 속도로 全力을 다해 사냥하지만 성공률은 고작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호랑이와 사자 사이에 잡종(hybrid)이 생기는 수가 있으니, 야생상태에서가 아니고 어릴 때부터 같이 키운 동물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수놈 사자와 암컷 호랑이(tigress)에서 생긴 것을 ‘라이거(liger)’라하고, 이것보다는 드물지만 수호랑이와 암 사자(lioness) 사이에 태어난 것을 ‘타이곤(tigon)’이라 한다. 일종의 種間交配로 참 드문 일이다! 그리고 흔치 않아 神物로 여기는 백호(white tiger)는 백색증(albinism)인 것으로 다른 정상 호랑이에 비해 언청이(째보)이거나 등 굽은 놈, 눈알이 한 쪽으로 돌아간 斜視인 녀석들이 많으며, 눈이 푸르거나 코가 분홍색에다 수명은 다른 정상적인 것에 비해 짧다.

호랑이 살(肉)이 소염진통이나 최음제(媚藥)로 좋다고 密獵이 극성을 부린다. 어쨌거나 몰래하는 사냥에다 서식처파괴, 近親交配(inbreeding)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숨겨둔 이야기만 중국에서 4천~5천마리를 한약용으로 우리에 가둬 키우고 있다함). 호랑이를 보호해야한다고들 말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놈들이 이 동네 저 동네서 개나 소를 물어가고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왜정시대 호랑이를 다 잡아 그렇다느니 이런 저런 주장들을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론 뭐니 뭐니 해도 6ㆍ25動亂이 그들의 멸종에 치명타가 된듯하다.

허참, 호랑이 걱정할 형편이 못 되는구나. 虎死留皮요 人死留名이라는데, 정녕 가죽은커녕 이름 한 자도 제대로 못 남기고 훌쩍 떠나야하게 생겼다. 어쩌지?

권오길  /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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