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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평 : 1] 기초과학 추천서 25選
[기획서평 : 1] 기초과학 추천서 25選
  • 김병수 객원기자
  • 승인 200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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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기술과 생태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생물학

생명공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바라보던간에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고 속엔 이미 생명공학기술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21세기가 생명공학 시대가 될 것으로 낙관한다. 그렇다면 생명공학 시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가오며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바이오테크 시대’(제레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 刊)는 이런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생명공학기술로 인해 우리의 생활 양식이 혁명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생명공학 기술의 최근 성과들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한 최신 기술의 단순 나열만이 아닌 그것이 제기하고 있는 정치·경제· 사회 문제를 포괄적으로 담아낸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덧붙여 오늘날의 생명공학을 가능하게 한 과학적 배경이나 방법을 알고 싶다면 ‘생명공학이란 무엇인가’(에릭 그레이스 지음, 지성사 刊)를 참고하면 된다. 이 두 권만 봐도 생명공학기술의 성과와 그것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이 조금은 명확해질 것이다.


생명현상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니 이젠 생명현상 그 자체로 행사하려는 것이 바로 유전자이다. 생명현상은 유전자에 의해 어느 정도 결정되는 것인가. 생명체의 물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정신적 특성도 유전자가 결정하는가. ‘이기적인 유전자’(리차드 도킨즈 지음, 동아 刊)에선 생명현상의 대부분을 유전자가 결정한다. 생명의 몸은 이기적 속성을 가진 영원불멸의 유전자를 보호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생명의 존재 이유는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문명과 문화까지도 유전자로 설명하려 한다.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이지만 생명체와 유전자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더욱 풍부화시킨 책이기도 하다. 도킨즈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책 몇 개를 골라보면 사회생물학의 교과서라 불리 수 있는 ‘인간본성에 대하여’, 인간의 이타적 성격도 알고 보면 이기적 유전자의 계산된 본능이라는 ‘이타적 유전자’, 인류를 동물학적으로 묘사한 ‘털없는 원숭이’ 등이 있다.


각종 생명체의 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새로운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전자 결정론이 급속히 확대돼 도킨즈의 손을 확실히 들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만치 않는 반대자가 있다. 유전학자인 리차드 르원틴은 ‘DNA 독트린’(리차드 르원틴 지음, 궁리 刊)에서 생명은 유전자로 환원될 수 없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인간의 모든 것은 유전자 안에 있지 않으며 유전자결정론은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생명공학의 상업적 성격이나 그로 인한 생물학의 왜곡도 지적한다. 현대과학의 전형적인 방법론인 환원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는데, 이런 방법론이 성과도 있지만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르원틴은 이전의 공저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에서도 사회적 불평등을 그들의 유전자에 내재된 생물학적 차이에서 찾으려는 사회생물학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르원틴의 주장은 생명체를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소개한 두 진영의 주장을 비교해 놓은 책들도 있다. 같은 진화 생물학자이면서도 합의할 수 없는 입장 차이를 가진 리차드 도킨즈와 스테판 제이 굴드의 주장을 쉽게 비교해 놓은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사회생물학 논쟁에서의 여러 입장들을 비교적 잘 정리해 놓은 ‘사회생물학 논쟁’이 있다.


생명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체나 유전자 수준에서의 이해뿐만 아니라 큰 그림을 보는 것도 필요하다. 바로 생태학이 그런 학문인데 문외한도 관심만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생태학’(유진 오덤 지음, 사이언스북스 刊)의 장점은 딱딱하지 않고 쉽게 쓰여져 있다는 것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관심 있는 몇 장만 골라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생명체와 환경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쉬운 개념으로 다시 찾는 물리학·화학·수학

세계적 베스트 셀러라서 어느 집의 서재에도 꽂혀 있다는 책. 하지만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드물다는 책. 바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스티븐 호킹 지음, 까치 刊)이다. 어려운 책임에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때문일 것이다. 무한히 작은 한 점에서 시작돼 현재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론과 호킹을 유명한 물리학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블랙홀에 대한 설명, 상대론, 양자역학, 통일장 이론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호킹의 최근작 ‘호두 껍질 속의 우주’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간의 역사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선 허수시간, p-브레인 이론 등 물리학의 최신 이론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 전체가 컬러 그래픽 화보이긴 하지만 만만히 볼 책은 아닌 듯 싶다. 관련 서적으로는 빅뱅이론의 창시자인 조지 가모프가 현대 물리학의 여러 이론들을 알기 쉽게 풀어썼으며, 어린 스티븐 호킹에게 물리학의 꿈을 심어줬다는 ‘조지 가모프 물리열차를 타다’가 있다.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을 하거나 수소가 핵융합 후 남은 질량은 반응 전의 질량에 비해 적다. 이때 질량 결손분은 에너지로 방출된다. 우리는 이 에너지를 원자폭탄으로 확인한 바 있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고, 두 물리량이 상호변환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나왔으며 ‘E=mc²’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생각의 나무 刊)로 공식화할 수 있다. 책제목이 암시하듯 내용의 전개는 E=mc²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E=mc²가 태어나기 전의 조상들 즉 질량이나 에너지 보존 법칙 등의 성립, 아인슈타인의 품안에서 공식이 만들어진 초창기, 원자폭탄의 제작에 이용된 성장기 등으로 짜여져 있다. E=mc²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성이론의 원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간단한 계산이나 과학적 예측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풍선의 이동경로 예측이나 담배 연기의 깨짐 등이 쉬운 예이다. 복잡한 계(system)의 현상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학문을 복잡성 과학이라고 하고 이런 연구의 선두엔 미국의 산타페(Santa Fe)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수학, 물리, 공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복잡성 이론에 대한 연구와 현실적 응용에 몰두하고 있다.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 : 복잡성의 과학’(미첼 월드롭 지음, 범양사 刊)은 복잡성 과학을 추구하는 이들의 활동과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소설 형식으로 엮어낸 책이다. 복잡하고 비예측적이라고 해서 규칙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카오스는 복잡한 현상 이면에 예측 가능한 질서의 패턴이 존재하는 혼돈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성 이론의 옹호자들은 이 이론이 특정한 영역에만 제한되지 않는 보편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동유럽의 붕괴와 같은 정치적인 문제에서부터 생명현상까지 복잡성 과학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밖에 복잡성의 중요한 개념들을 알기 쉬운 예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와 생명체를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려는 ‘생명의 그물’이 복잡성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대 과학의 주된 연구방법인 환원주의적 방법의 한계를 복잡성 과학의 ‘자기 조직화’ 개념으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화학의 시대’(필립 볼 지음, 사이언스 북스 刊)는 제목이 꽤 도발적이다. 요즘은 생명공학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책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제목에 수긍이 간다. 현대의 첨단 과학의 이면에는 화학이 버티고 있다. 재료 및 전자 공학, 각종 센서, 에너지 변환, 환경, 생명복제의 바탕엔 화학적 원리와 응용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제목처럼 내용이 아주 쉽거나 그림이 많지도 않으며 두통 유발자인 주기율표도 눈에 보인다. 하지만 차분히 앉아서 꼼꼼히 읽어내려 간다면 복제양 돌리나 반도체가 지금과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첨단과학과 화학,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옮긴이가 화학 전공자라 더욱 든든하다.


그냥 외우면 되는 주기율표보다 더욱 머리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수학은 어렵다’는 선입관. 한 기하학의 연구자가 이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마이클 슈나이더 지음, 경문사 刊)에는 1부터 10까지의 수를 따라 수학적 원리가 어떻게 삶 속에 녹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립자에서 우주, 과일에서 건물까지 수학이 관통하고 있다. 수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세계엔 복잡한 수식은 별로 없다. 다만 그림이 많아 조금 산만할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수학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깼다면 인류의 문명 발달사를 통해 수학이 걸어온 길을 서술한 ‘문명과 수학’을 권하고 싶다. 서점에서 수학 관련 서적을 쭉 따라가다 보면 그 바닥을 평정한 출판사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수학 책 몇 권을 더 소개하기보단 이 회사 이름 석자를 소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경문사. 20년 동안 문학 인구가 아닌 수학 인구의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한 길을 걸어왔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사회성 찾는 과학기술학

과학기술과 사회는 어떤 관계로 맺어진 사이인가. 가장 유력한 이론은 기술은 자율적이고 사회 외부에 존재하면서 사회변화를 유도한다는 기술결정론이다.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송성수 지음, 녹두 刊)는 기술사회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12개의 논문을 번역하여 수록한 책으로 기술결정론을 부정하고, 기술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입장에서 기술의 성격을 분석한다. 이영희와 홍성욱의 글은 사회적 기술형성론의 실천적 모습과 현대사회에서의 과학과 기술의 관계를 살펴본다. 과학기술 사회학의 흐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과학기술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와 ‘과학기술과 사회’를 참고할 수 있다.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려면 자신만의 과학기술관은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어느 것이 더 활동적인가. 핵과 세포질은 어느 게 더 중요한가. 대답은 뻔하지만 이유는 간단치 않다.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과학을 들여다보면 앞의 예들은 남성 편향적 사고가 반영된 결과이다.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홍성욱·오조영란 지음, 창작과비평사 刊)에서 폭스 켈러는 성적인 언어와 담론이 과학활동에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과학의 내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남녀 불평등은 도처에 깔려 있다. 과학이 남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줄곧 사용돼 왔으며 여성과학인력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의 장점은 여성과 과학의 관계, 여성과학기술자의 현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 과학기술을 한 권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페미니즘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면 ‘페미니즘과 기술’, ‘생명과학에 대한 여성학적 비판’이 준비돼 있다.

김병수 객원기자 bsk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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