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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무대 위의 배우처럼
[나의 강의시간] 무대 위의 배우처럼
  • 김인표 공주대·영어영문학과
  • 승인 2010.03.15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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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전공은 영문학이다. 그중에서도 영미드라마와 셰익스피어를 가르친다. 영작문이나 생활영어 같은 실용영어 과목도 가르치지만 학생들에게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주로 가르친다. 오늘날처럼 학생들에게 취업이 절박하고, 실용영어의 필요성에 커진 시대에 문학 작품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그리고 학생들이 문학 수업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나의 강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다.   

 
좋은 강의는 학생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영문과에 입학한 대부분 학생들이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은 영어실력 향상이지 영문학 공부가 아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나는 문학 작품을 가르치면서 문장 해석과 단어·숙어를 익히도록 하고, 해석 시험과 단어 및 숙어 시험도 평가에 포함시킨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강의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강의는 의미가 없다. 학생들 눈높이의 첫 번째 기준은 학생들의 현실적인 요구다.

둘째, 적당한 수업 부담감이다. 내용이 좋아도 수업부담이 지나치고,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으면 기피 대상 과목이 된다. 나는 적정한 수업 부담을 학생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부담 없는 수업을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편하고 부담 없이 수업을 들었더라도 ‘배운 내용’이 없다면, 그 강좌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고 대체로 책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이라도 문학의 맛과 재미를 알고, 내면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수하도록 안배 한다.

셋째, 강의는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교수는 무대 위에 선 배우이고 학생은 관객에 비유할 수 있다. 배우가 최선의 연기를 위해 노력하듯이 나는 수업이 지루하게 되지 않도록 애를 쓴다. 작품 강독은 그룹별로 발표를 하도록 하고, 영화화된 작품 감상 시간을 갖기도 한다. 수업에서 변화와 다양성의 확보는 수업에 활력을 준다. 


넷째, 문학 강좌를 통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작품을 통해 유익한 지식을 획득하고 인격을 수양하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 작품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인생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인격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작품 강독 후 이루어지는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나는 문학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품 내용에 대한 토픽을 설정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토론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영문학 강의는 작품을 통해 영어실력향상이라는 일차적 목표 외에 궁극적으로는 인격 도야와 비판적 사고의 훈련이 강의의 목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끝으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점이 박한 강의는 좋은 강좌가 못된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좋은 학점이 잘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노력에 비해 학점이 너무 박한 것도 문제다. 매 학기말 성적 산출기간이 되면 나는 학생들의 노력의 대가가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객관적으로 학점을 부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나는 위에서 말한 내용들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영문학 수업을 통하여 위에서 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며 수업에 임한다.  

김인표 공주대·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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