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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이사의 정이사 추천권 보장은 위법” … “제 역할 못 하면 해체해야”
“종전이사의 정이사 추천권 보장은 위법” … “제 역할 못 하면 해체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3.08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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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

지난 2월 제2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출범하면서 비리로 물러났던 옛 재단측 인사들이 정이사로 속속 선임되고 있는 가운데 사분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비리 재단의 손을 들어준다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기 사분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영진·안민석(이상 민주당)·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1기 사분위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2기 사분위의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교과위 간사를 맡고 있는 안 의원은 인사말에서 “2기 사분위 위원 11명 중 10명이 옛 재단 편에 있는 인사다. 10대 1 구조에서 사분위가 부패한 옛 재단의 전횡과 횡포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옛 재단에 치우친 판단이 발견되면 엄중하게 경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사분위를 해체하는 법률 제정 수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세게’ 치고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1기 사분위 평가와 과제’를 발표한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는 “1기 사분위가 대학 구성원에게 득이 되는 정상화 방안을 찾기보다 옛 재단의 소유권과 이해관계에 맞춰 정상화 여부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 사례가 대구예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이다. 두 대학은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비슷하지만 설립자가 물밑 거래를 통해 제3자 인수에 합의한 대구예대는 정상화를 승인했다. 반면 종전이사가 합의해 주지 않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제3자 인수안은 대책 없이 방치해 ‘이사 부존재’ 상황을 야기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는 “조선대의 경우 故박철웅 전 총장의 딸이 정이사로 선임되고, 아들이 추천한 인사가 정이사에 포함되는 등 대를 이어 기다린 구재단 복귀가 이뤄진 셈”이라며 “결국 사분위는 옛 재단에 학교를 돌려주기 위한 교과부의 ‘책임 떠넘기용 위원회’로 전락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고영남 인제대 교수(법학과)는 구재단 복귀를 정당화하는 데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는 상지학원사건 대법원 판결을 분석했다. 비리로 물러나거나 분규의 빌미를 제공했던 종전이사들은 이 판결을 근거로 자신들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이사를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분위 역시 이 판결을 들어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후보 추천권과 지분을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러나 고 교수는 “현행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이나 시행령에서 종전이사는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대상에 지나지 않으며, 그 밖의 어떠한 권리나 이익도 보장하고 있지 않다”며 “대법원 판결의 논거로 전제된 종전이사의 이해관계성은 소송 당사자의 자격을 긍정하는 데 원용될 뿐, 이를 유추하거나 확대 해석해 마치 종전이사에게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환원시켜 줘야 한다는 억지 논리로 나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이사의 이해관계성을 검토하더라도 이는 대법원 판결(2007년 5월)이 아니라 정상화를 검토하는 당시, 즉 현행 사학법(2007년 7월 개정)의 규정과 해석에 의해 확정된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며 “사분위가 종전이사 등에게 정이사의 후보추천권, 협의권, 동의권 또는 지분권 등을 보장한다면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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