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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有感과 謝過
[기자수첩] 有感과 謝過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12.21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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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교수들의 민낯이 공개됐다. 아쉽게도(?) 교직원과 재학생에 한해서다. 지난달 말, 상명대는 전임교수 293명의 교육·연구·봉사 부문 업적평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총점과 석차까지 적나라하게 열었다. 이현청 총장은 교수 간 경쟁을 촉진시켜 교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이 총장은 지난 15일 ‘교수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10줄짜리 짤막한 이메일을 교수들에게 보냈다. 교수업적평가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교수들은 이 총장이 보낸 이메일을 일종의 사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몇몇 교수에 따르면 메일에는 “업적평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본의 아니게 교수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책임을 통감해 삭제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총장의 진지한 사과문을 보고나서 잊기로 했다.” “총장이 사과까지 했는데 굳이 언론에서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총장의 메일을 열어본 교수들은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심지어 “교수업적평가 공개에 문제제기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우리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수업적평가가 홈페이지에 공개된 2~3주의 시간을 교수들은 ‘헤프닝’ 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상명대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사과문’이라는 기자의 표현을 ‘유감’이라고 바로잡아 주면서 “사과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홈페이지 삭제에 대해서도 “학기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내린 것”이라며 총장이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은 그저 “일부 상처 받은 분들을 위한 유감의 표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 총장은 “개혁은 계속된다!”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명대는 올해 교수업적평가 결과를 내년 4~5월 경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성적표 공개와 같은 예민한 사안일수록 교수들과의 공감대 확보가 중요하다. 정량적 지표에 더욱 더 매이게 하는 시절일수록 공감 확보와 같은 설득과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먼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전광석화와 같은 셈법이 우려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상명대라면 和音이 가능하지 않을까.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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