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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여명의 ‘행운의 교수들’에게 현금 보너스 지급 … 어려운 시기일수록 교수들에게 선물을!
800여명의 ‘행운의 교수들’에게 현금 보너스 지급 … 어려운 시기일수록 교수들에게 선물을!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2.15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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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 소식_ 켄트주립대의 역발상

경제위기로 미국 대학들이 ‘깎을 수 있는 것’은 전부 깎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주겠다고 발표한 대학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은 최근호에서 “켄트주립대에서 800명 이상의 ‘행운의 교수들’이 현금 보너스를 받게 됐다”며 이 대학에서 도입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대해  다뤘다.

기사에 따르면 켄트주립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대학에서 전략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세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을 경우 테뉴어를 받은 전임교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세 분야는 신입생 유치와 외부 연구비 수주현황, 기금모금 등이다.

미국 켄트주립대가 신입생 유치와 외부 연구비 수주현황, 기금모금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테뉴어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어려울수록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교수들을 독려하는 켄트주립대의 방식에 대학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스터 레프톤(Lester A. Lefton) 켄트주립대 총장은 얼마 전 테뉴어 교수들과 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대학이 세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면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성원은 물론 총장 스스로도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크로니클은 그러나 “일년 후 켄트주립대는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며 “이에 따라 최근 820여명의 테뉴어 교수들이 자신의 연봉에 더해 2천500~2천800달러를 인센티브로 받았다”고 전했다.

예상외의 소식에 교수들도 놀랐다는 반응이다. 티모시 스미스(Timothy D. Smith) 언론학전공 교수는 “보너스를 받기 위해 올해 특별한 활동을 한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스미스 교수는 고학년 수업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대학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신입생과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는 또 “대학시절 동기들이나 기부자를 자주 만났지만, 그들에게 특별히 기금을 요청하진 않았다”고 한다. 

재정적인 인센티브가 교수들에게 얼마나 크게 동기부여를 했는지, 또는 교수들이 관련 프로그램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크로니클은 전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그러나 “정확한 기여도는 그다지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레프톤 총장은 “일부 교수들은 이번 보너스를 우연히 얻었다고 해도, 보너스 자체는 ‘켄트주립대 구성원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립대와 마찬가지로 켄트주립대 역시 올해 예산을 삭감했다. 대학 측은 그러나 교직원을 정리해고 하는 대신 학생 장학금으로 200만달러를 확충하는 등 위기를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그 결과 신입생 입학률이 6%가량 올랐고 재등록률도 11%가량 상승했다. 웨인 슈나이더(Wayne Schneider) 연구처장은 “등록률이 오른 이유는 건물 리노베이션, 학습지원, 교육프로그램 등 때문이다.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교수들이 학생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제출한 연구제안서도 증가했다. 연구제안서는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었고, 외부 연구비 역시 상승했다. “연구비를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교수들이 꾸준히 연구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너스를 받는데 일조한 셈”이라고 슈나이더 처장은 말했다.

등록금, 연구비, 기금모금 등으로 번 돈을 테뉴어 교수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는 것이 옳은 지를 놓고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도서관 참조사서인 카라 로빈슨(Kara L. Robinson) 교수는 “보너스가 교수들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빈슨 교수는 “교수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따지는 대신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학생 증가율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동료 일부가 도서관에 기부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보너스를 받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여전히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고, 지역사회에서도 각종 예산이 부족해 우울한 분위기인 가운데 일부 테뉴어 교수들이 보너스를 받는 모습이 좋게 비춰지진 않는다. 로빈슨 교수는 자신이 받은 보너스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한편 동료 교수에게도 기부를 독려할 계획이다.
켄트주립대는 주 예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보너스 프로그램을 최소 3년간 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활용할 수 있는 재정이 줄어들면 대학은 ‘선택과 집중’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미국 대학은 물론 국내 대학에서도 성과에 따라 교수들에게 급여를 차등지급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려울수록 교수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 대학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켄트주립대의 ‘역발상’ 전략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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