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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소급적용’ … 기간 설정 視差 뚜렷
뜨거운 감자 ‘소급적용’ … 기간 설정 視差 뚜렷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12.0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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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게재’판정 기준, 학계는 어떻게 생각하나

중복게재 판정기준을 포함한 ‘연구윤리지침’이 나온 이후 학계는 어떤 반응일까.
과거에 쓴 논문이 ‘중복게재’에 해당될 때 현재의 기준을 적용할지를 놓고 학계의 의견이 세 갈래로 나뉘고 있다. ‘규정 제정 이후’, ‘5년 이내 소급적용’, ‘시효 없음’ 등 뚜렷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회장 한민구 서울대 교수)는 지난 9월 중복게재 판정기준을 포함한 연구윤리지침을 발표하면서 지침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학회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 중복게재 문제는 교수 출신의 고위공직자 검증 문제로 불거졌는데, 비로소 학회로 담론이 옮겨진 것이다.

<교수신문>이 중복게재를 주제로 학회 편집위원장과 윤리위원장 20명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중복게재를 둘러싼 쟁점마다 의견 차이가 뚜렷했다. 중복게재 판정 기준부터 소급 적용 여부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조사에는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회 편집위원장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연구윤리지침에는 소급 규정이 빠져있다. 내년 1월 1일 이후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내년부터 발생하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문제 삼겠다는 뜻이다. 학회에서도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찬반여론이 팽팽하다.

정태영 한국국제경영학회 편집위원장(홍익대)은 “학회에서 연구윤리규정을 제정, 공포한 후에 게재된 논문에 대해 중복게재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잣대로 과거의 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중복게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을 때 발생한 문제를 지금의 잣대로 제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소급 적용이 됐을 경우에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반대로 소급 기간을 명시하고 그 기간에 발표된 논문은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윤상철 비판사회학회 편집위원장(한신대)은 “중복게재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기 때문에 3년 정도의 소급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급 적용 기간은 주로 5년 이내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논문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를 규정한 전과학기술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진실성 검증 시효를 원칙적으로 5년으로 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공무집행방해와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범죄에 적용되는 시효로 정했다.

기간에 관계없이 중복게재로 판정이 되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복게재는 표절과 달리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재진형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복게재를 가장 엄격하게 적용한 경우다. 이용복 한국약제학회 편집위원장(전남대)는 “학회에서 중복게재 기준을 제시한 규정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면서 “시기에 관계없이 중복게재 논문을 학술지에 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총 ‘연구윤리지침’ 마련을 계기로 학계의 자율적인 공론화가 꽃피길 바란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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