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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자 국가풀 등록해 임금 보장…“고등교육 예산 확충 전제돼야”
박사학위자 국가풀 등록해 임금 보장…“고등교육 예산 확충 전제돼야”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1.2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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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 시간강사 대책으로 ‘대학교원 국가풀제’ 제안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정책을 발표해 주목된다. 교수노조는 최근 비정규직교수들의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대학교원국가풀(pool)제’를 제안했다.

대학교원국가풀제는 박사학위를 받고 소정의 연구, 교육, 봉사업적을 달성한 이들을 심사절차를 거쳐 대학교원국가풀에 등록해 일정 수준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장기적으로 대학은 전임교원 아니면 대학교원국가풀에 등록된 사람만 강의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시간강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수노조는 그동안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지만, 시간강사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도형 교수노조 정책실장(성신여대 교수)은 “교수노조가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나아가 합법화를 이루기 위해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개발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수들이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직교수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뜻에 따라 관련 제도를 발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복되는 문제, ‘부족한 재원’

그동안 시간강사 처우개선책을 두고 다양한 대안과 입법안이 나왔다.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부터 시작해 최근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은 시간강사를 교육전담교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간강사가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에는  ‘재원 확보방안’이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 대학들은 재정이 부족하다며 시간강사 문제 해결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교수노조가 대학교원국가풀제 시행을 위한 전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 역시 고등교육재정 확충이다. 교수노조는 “2005년 OECD 국가의 GDP 대비 고등교육부문 공공재원 평균 비율은 1.1%, 한국은 0.48%에 불과해 고등교육재정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 수준으로 증액하기 위해선 2012년까지 최소 9조6천200억원에서 최대 12조7천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형 교수는 “대학이 시간강사 문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되면,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은 결국 이해관계에 따라 싸울 것이다. 결국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OECD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고등교육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원국가풀제는 현재까지 밑그림만 그린 상태다. 대학교원국가풀 등록 인원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예체능분야 등 박사학위가 별로 의미 없는 일부 학문분야의 경우 대학교원국가풀 등록자격을 별도로 설정하는 식이다. 주기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원칙적으로 자동 재등록하고, 대학교원국가풀에 등록된 사람을 전임교원으로 임용하는 대학에 대해선 일정 기간 동안 국가가 지원하던 금액을 대학에 보조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박사학위자를 대학에서 일정기간 강의하도록 하는 독일 주니어프로페서 제도와 일부 유사한 면이 있다.

합리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선 논의할 부분이 많다. 대학교원국가풀에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풀제도에 대한 불신을 막기 위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재등록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범주에 ‘대학교원국가풀에 등록된 자’를 포함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개정작업도 필요하다.

정책 구체화…입법 청원 계획도

교수노조는 향후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논의하는 한편 세부안이 마련되면 의원입법을 청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고등교육예산을 확충하는 일부터 쉽지 않을 테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그만 두면 안 된다”며 “제3자가 봤을 때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정책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교원국가풀제가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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