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2:30 (월)
[나의 연구실] 가능한 그 순간까지
[나의 연구실] 가능한 그 순간까지
  • 이동선 경남대·식품생명학과
  • 승인 2009.11.23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교수로서 내 연구의 시공간인 식품포장학 실험실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고, 그들의 장래를 열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 강의에서도 이론과 현실적인 적용을 가르쳐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공급할 수 있겠으나, 이는 매우 제한적이다. 매일 실험실에서 얼굴을 대하고, 연구방향을 토의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많은 것을 가르치지만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운영하는 이 연구실에서는 식품포장학 연구를 통해 사람을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연구실의 운영과 연구과제의 선정 등 모든 면에서 개인적 연구 호기심이나 업적 생산보다 인재양육과 기업체 취업 기회 제공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대개 학부 3학년 때 본인이 희망해 실험실 구성원으로 들어온다. 이때 학생이 영어 자료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1주일에 1~2회의 실험실 모임에서 영어로 된 논문이나 서적을 읽도록 한다. 많은 꾸지람과 질책이 오가지만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와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학생의 사고력과 지식이 배양되는 정도에 따라서 실험과 연구 설계의 수준을 확장시켜, 석사과정 2년을 이수하고 나갈 때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시키고자 한다. 요즘의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에 현장의 과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 연구실의 연구과제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주제들’에 집중하고 있다. 비록 연구비를 제공하는 기관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기업들의 관심 주제에 대한 추세를 읽음과 동시에 학생들은 현장경험을 할 수 있다.

왼쪽부터 김해진(석사과정), 김환기(학부생), 안덕순(Post Doc), 이동선 교수, 정구임(학부생), 김소정(석사과정), 정미진(학부생), 이슬기(인턴연구원)
사진제공: 경남대 식품생명학과

우리 연구실에서는 식품산업이 관심을 갖는 한국 고유 식품의 포장기술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김치 포장의 개발, 신선 과일과 채소의 포장용기 개발, 옹기의 식품 보존적 효과구명, 고유 식자재의 저장수명 결정기술 개발, 기능성 포장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연구결과는 여러 국제학술지에 발표한다.

미국 러트거스대의 식품포장학 실험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식품포장학 실험실과 연구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실험실에서는 우리 연구실 석사과정 학생들의 방학 중 1~2개월 연수를 기꺼이 담당해주고 있는데 참 고마운 일이다. BK21 프로그램의 일부 재정지원을 받지만 친절한 관심과 애정으로 우리 학생을 지도해주시는 이 두 대학의 Kit L. Yam 교수와 Luciano Piergiovanni 교수께 항상 감사한다. 한 예로 밀라노대학에서 연수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현지에서 여러 여건을 마련해주고 돌아오는데 학생이 혼자 남는 두려움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보여서 당황한 적이 있다. 그런데 Piergiovanni 교수가 선뜻 휴대폰을 장만해주는 등 따뜻한 배려를 해주었다.

이렇게 교육받고 성장한 졸업생들이 취업해서 공직과 산업계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식품포장학 분야의 지식으로 ‘가능한 순간’까지 능력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는 많은 것이 부족한 나에게 허락되는 풍성한 가능성의 보화이기도 하다.

이동선 경남대·식품생명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