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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진정성이 그들의 마음에 닿을 때
[나의 강의시간] 진정성이 그들의 마음에 닿을 때
  • 조희라 순천청암대학·인테리어디자인과
  • 승인 2009.11.0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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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꿈이 선생님은 아니었다. 아니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다. 타인의 삶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그들의 인생의 한 부분을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그 버거운 짐을 지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학생일 때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 선생님을 수준 미달이라 치부했었다. 신임 교수시절에는 강의에만 집중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적인 경험담을 이야기하곤 한다. 친구 사이에 비밀을 공유하면 더욱 친밀해지듯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사적인 얘기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들이 이미 경험한 사실을 예시하는 교수법을 활용한다. 예컨대 콘크리트의 시공연도(Workability)에 대해 강의할 때 어린 시절 집에서 만들어봤던 전이나 호떡의 반죽 질기를 예로 들며 비교해서 설명하는 식이다.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전공 용어가 나오면 즉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용어의 정확한 뜻을 찾아 이해시키고, 그 단어의 어원을 찾아 꼬리의 꼬리를 무는 식의 지적 탐사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학기 초에는 학습 목표와 부담이 큰 교과목과 비교적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한 교과목을 분류하여 담당하고, 교과목의 특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주지시키며, 각 교과목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한다.

 

 마음을 나누는 강의를 위해 가능한 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자 노력한다. 강의 중 음악을 듣기도 하고, 교내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현장 탐사 및 실측을 한 후 교내 커피 전문점에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학기말에는 칭찬과 격려의 의미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사회·문화 트랜드에 민감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트랜드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게 한다. 나 또한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의 트랜드에 관심을 갖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로서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 개인 블로그에 과제를 탑재하게 해 1학년 때부터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한다. 학습에 대한 흥미 유발 및 복습효과를 위해 UCC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교수법 등을 정리해 작년에 ‘Proteur Performance’라는 나만의 첫 번째 교수-학습법을 계발했다. 그것을 계기로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내게도 교육자로서의 꿈이 생겼다.


가르침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또 그런 기술을 향상시키려면 학생들과의 소통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화와 토론의 상대로서 그들의 일상과 트랜드를 공유하며, 그들에게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생의 멘토가 되고 싶다. 르 꼬르뷔제(Le Corbusier)가 주택안에서 건축적 산책로를 걸었던 것처럼, 루이스 칸(Louis I. Kahn)이 제자들과 대화로 밤을 지새웠던 것처럼. 나도 제자들과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배움의 산책로를 걷고 싶다. 

스승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영원히 지속된다. 그 영향이 어디서 멈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아끼는 제자들에게 미친 나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배움과 세상을 보는 창을 제공해주셨던 수많은 나의 선생님들처럼, 제자들에게 나도 건축을 보는, 나아가 세상을 보는 반듯한 창이 되어 주고 싶다.

조희라 순천청암대학·인테리어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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