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기술문화복합체의 특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미디어스포츠는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또한 서로를 결합시키는 새로운 사회적인 현상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88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축구월드컵을 개최하면서 20세기 말에 거세진 세계화의 물결을 수용할 수 있었다. 빅 스포츠대회는 한 나라와 기업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을 드높이는 전략적인 요인이 됐다. 이로 인해 미디어와 결합하는 스포츠는 미디어스포츠로 그 원형질이 변화됐다.
이제 스포츠는 미디어의 도움이 없이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문화적인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각 국가와 단체가 주도하는 빅스포츠 이벤트와 더불어 여타 스포츠 행위는 문화이며, 생산요소로 간주되면서 사회적인 상징물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이와 같은 발전에 걸맞게 스포츠의 사회적인 의미 특히 미디어스포츠의 사회, 정치, 경제적인 차원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인식을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책입안자에서부터 일반 사람까지 미디어스포츠의 변화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70년대 스포츠 방송의 중계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사회비판자의 맹공을 받았지만, 이제는 공영방송이 빅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는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해석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학문적인 천시에 일침을 알리려고 필자는 그 동안 노력해왔다.
그 동안 미디어스포츠는 단순한 방송프로그램이 아니라 원소스 멀티유즈의 핵심 콘텐츠이며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요구하는 멀티소스 멀티유즈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자산이 됐다. 그래서 미디어스포츠는 스포츠학, 사회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경영학 등에서 이룩한 학문적 결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목시키는 융합학문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디어스포츠 탐구는 이제 융합학문의 주요한 부분이다. 최근 WBC, 김연아, 양용, 신지애 등 여러 선수의 쾌거에 대한 미디어 보도에서 우리는 미디어스포츠의 융합적이고, 글로벌한 의미를 경험했다.
11장으로 구성된 레이몬드 보일과 리쳐드 헤인스의 『파워플레이(power play)』는 미디어스포츠학이 어떤 이슈를 주제로 해 연구를 해야 할지를 잘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스포츠 연구가 다뤄야할 이슈와 주제영역을 각 장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미디어 2.0시대에 미디어스포츠는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 그 연구영역을 확대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2장에서는 스포츠, 미디어 그리고 대중문화의 관계와 이에 따라 등장한 미디어스포츠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3~4장에서는 미디어 스포츠의 파워를 가능토록 한 바로 텔레비전, 스포츠 그리고 스폰서십의 황금의 삼각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도입에 따라 변화된 미디어스포츠의 지형과 이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스포츠 마케팅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5~7장에서는 스포츠 스타의 등장, 미디어스포츠 보도에서 표출되는 인종의 문제, 젠더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8장에서는 글로벌화 되는 미디어 스포츠와 국가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다. 9~10 장에서는 스포츠 저널리즘과 팬덤의 관계를 분석했다.
마지막 11장에서는 뉴미디어 시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스포츠 소비의 변화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뉴미디어 시대를 넘어 디지털미디어 시대로 진입하면서 등장하는 미디어 간의 경쟁과 이에 따른 유료형태의 시청방식의 변화를 소개했다. 11장으로 구성하면서 미디어 스포츠에서 다루어야 할 연구영역을 개괄하고 있다. 내용이 주로 영국과 유럽의 특정 국가의 경험을 제시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화 되는 작금의 시대에 우리가 미디어 스포츠를 어떻게, 무엇을, 어떠한 의미로 분석하고, 그 미래적인 의미를 끌어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미디어 스포츠는 70년대의 이데올로기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이제는 문화콘텐츠, 마케팅적인 차원을 갖는 사회적인 자산이 됐다. 미디어 스포츠는 이제 모든 장르적인 요인을 결합하는 멀티 콘텐츠이기도 하다. 80년대 중반에 등장한 쇼스포츠의 개념을 뛰어넘으면서 이제는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 라이프테인먼트(lifetainment)로 미디어스포츠는 그 역량을 넓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미디어 스포츠의 모습은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
“IPTV 전문 스포츠채널 IPSN은 8월 14일 저녁 김연아 선수의 아이스쇼 ‘아이스 올스타즈 2009’를 생중계했다(물론 지상파 SBS도 중계했다). …… IPSN은 아이스쇼 생중계 외에도 KT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와 함께 국내 방송 역사상 최초로 김연아 선수 착용 액세서리와 공연 음악을 담은 음반을 방송 중 구입할 수 있는 T-커머스 형태의 시험 광고도 진행했다.”
김연아의 경기는 이제 IPTV라는 융합미디어의 킬러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스포츠 스타인 김연아는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com/Yunaaaa)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이른바 스몰커뮤니케이션(small communication)까지 장악하고 있다. 2009년 여름 한국 미디어스포츠의 전경이다. 그래서 본서에서 다루지 못한 미디어스포츠 2.0에 대한 연구는 우리 학계가 완성시켜야할 분야라 생각한다.
송해룡 성균관대·신문방송학과
필자는 스포츠를 방송콘덴츠와 문화산업의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독일 뮌스터대에서 학위를 했다. 『스포츠 커뮤니케이션론』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