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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틈나면 움직이는 活 공간
[나의 연구실] 틈나면 움직이는 活 공간
  • 강동진 경성대·도시공학
  • 승인 2009.09.0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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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변화무쌍한 우리의 넓은 실험실이다. 부산 전체가 연구실이고, 도시의 바람직한 모습을 찾기 위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우리 연구실의 연구 주제들이다. ‘도시설계’라는 학문은 그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우리 연구실은 도시의 역사성과 문화성, 그리고 지역성을 보전해 지역을 재생하고 또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에 필요한 멋진 연구실과 비싼 실험장비들을 모두 도시가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그렇다고 연구실이 없거나 장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현장 중심의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성대에 부임한 지 9년이 흘렀고, 연구실은 2005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1명이었던 학생이 지금은 6명(박사 1명, 석사과정 3명, 학부생 2명)으로 늘었다. 함께 움직이기 적당한 인원이고, 마음도 잘 맞다 보니 짧고 긴 여행(정확히 얘기하면 조사여행이고 현장답사)을 즐긴다. 여행을 통해 연구 주제를 찾는다는 것은 도시설계를 전공함으로서 얻게 된 행복이다. 여행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틈만 나면 연구실이 움직인다. 그런데 여행에 조건이 있다. 여행이 공부이고 연구다 보니, 철저한 관리와 절제, 탐구정신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 연구실은 어떤 여행을 떠나든지 두툼한 자료집을 만드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자료집 속에는 시시콜콜한 얘기에서부터 방문한 국가·도시의 연구결과물들(논문, 정책 등)까지 다양하게 담는다. 이 일은 우리 연구실의 일상이 됐지만 사실 나의 은사님(황기원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지혜다.

쉽지 않은 일이다. 6명의 연구생들과 연구실을 꾸려가는 일도 쉽지 않고, 지방도시(우리나라에서는 부산도 지방이다)에서 학문에 대한 성취욕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꾸준히 만드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연구생들과 현장 속에서 진솔한 대화와 부대낌을 통해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고 있다. 연구생들과 함께 할 때면 연구에 대한 얘기보다는 삶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나 스스로의 기억 속에서 짧은 대학원 시간을 효과적으로 또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연구실은 운을 타고난 연구실이다. 모든 연구생들이 학술대회와 각종 설계공모전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학술대회에서 논문상을 받는 일은 연구실의 전통 아닌 전통이 되고 있다.

연구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것은 ‘함께 호흡하기’다. 그래서 학생들의 성격과 관심주제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하려 애를 쓴다. 연구생들의 주제가 모두 다르다. 물론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 디자인과 재생’이라는 큰 틀은 있지만 모두들 다른 주제 속에서 고민을 한다. 그래서 선후배와 동료들 간의 연구에 대한 상보적 지원체계가 오히려 발달해 있다.   

비록 7명이 움직이는 작은 연구실이지만, 철저한 절제와 원칙 속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연구 성과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랑을 함께 나눌 때마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있다.

강동진 경성대·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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