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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6] 미국이냐 한국이냐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6] 미국이냐 한국이냐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9.06.2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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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 교수 노릇을 하고 있노라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냐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해 학위를 받았고 미국 대학에서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 교수 입장에서야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고백홈'을 외치기에는 고민거리가 적지 않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 두 살에 엄마 아빠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 와서는 8년의 세월을 보낸후 부끄럽게도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편한 딸아이를 생각하면 고민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공부했던 학교에  훌륭한 인품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으시던  한국인 교수 한 분이 계셨다. 테뉴도 이미 받으셨고  미국 생활이 안정된 듯 보였는데, 어느 날 한국의 명문 사립대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었다. 이제 고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으니 훨씬 보람이 크지 않겠냐고 기대를 품고 계셨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그 분이 일 년의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듣게 됐다. 미국에서 났고 미국의 초중고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과 부인이 한국으로 같이 들어가지 못하고 남아 있었는데, 지난 봄 폭풍이 그 동네를 쓸고 지나갔을 때 가족들이 가장의 빈자리를 너무나도 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나  ‘고백홈'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얘기였다.

   반대로 2년 동안 미국에서 교편을 잡았던 석사 동기 중의 한 명은 한국 대학으로 들어가 첫 학기를 보낸 후에는 내가 왜 진작에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라는 후회 아닌 후회가 생긴다면서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 그러니 뭐랄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뿐 정해진 답은 없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5년 전, 막 박사 과정을 시작했을 때는 학위를 마치고 난 다음에 한국과 미국 중에서 어디로 가야할까 하는 때이른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학위를 마칠 때가 되자 한국 대학은 학위 취득 예정자에게 어지간해서는 지원 자격을 주지 않고 또, 요구하는 연구 업적이 갓 학위를 받은 신참내기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수준인지라 그다지 고민할 것도 없이 미국 학교에 어플라이를 했었다. 운좋게 고학력 실업자 신세는 면해서 정신없이 지난 일 년을 보낸 입장에서는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수구초심'이라고 했던가. 평소 생활에 만족하다가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솟구치곤 한다. 물론 나를 반갑게 맞아줄 대학이 있을 지는 미지수이니 혼자서 김치국부터 마시는 셈이지만 한국이냐, 미국이냐의 고민은 앞으로 두고두고 계속 될것 같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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