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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합의하고도 학생 못 보내기도 “커리큘럼 비슷해야 복수학위 가능”
시행 합의하고도 학생 못 보내기도 “커리큘럼 비슷해야 복수학위 가능”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6.0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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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학위제, 풀어야 할 문제점들

대학들이 국제교류 활성화에 나서면서 국내·해외 대학 학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복수(공동)학위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형식보다 내실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교류를 위해 대학은 학점교류, 교환학생, 자매결연 등을 활발히 추진해 왔다. 반면 해외 대학과 복수(공동)학위 협정을 맺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두 개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대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복수학위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복수학위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정 체결이 실제로 복수학위 취득이란 결과를 낳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협정을 맺어놓고 정작 학생을 보내지 못 하는 일을 막기 위해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

“그 곳 생활은 알아서…” 인색한 지원

 
대외협력처, 국제교육원 등 국제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외 대학으로 가고자 하는 학생이 있어도 유학생활 동안 대학에서 지원하는 비용이 거의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생활비는 대부분 본인이 부담하고 학비감면 역시 쉽지 않다. 한 지방대 대외협력처장은 “대학에서 지원하는 것은 해외 대학으로 수학하러 갈 때 비행경비를 제공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복수학위제는 결국 돈 문제다. 양 대학이 협조해 등록비를 감면하면 좋지만, 그쪽에서 우리 대학으로 와서 공부하는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제가 다른 점은 복수학위제 시행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전주대 국제교류센터 관계자는 “우리와 복수학위 협정을 맺은 미국 대학은 편입학 형식으로 우리 학생을 받아들이는데, 편입학 인정 학점이나 기타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하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울산대 관계자도 “일본 대학과 2+2 복수학위제를 시행한 첫 해엔 전공이수와 외국어습득, 유학생활을 같이 하다보니 정해진 기한을 넘기는 학생들이 있었다”며 “일본 대학은 졸업논문을 써야하는 시기가 있고, 2학년은 지도교수와 수업을 진행하는 등 학제 시스템이 우리와 달라 조율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규모 대학들은 국제교류 부서에 해당 국가를 전담하는 교직원을 둔다.

가장 어려운 일은 전공일치도를 조사하고 커리큘럼을 맞추는 일이라고 담당자들은 설명한다. ㅇ 대는 미국 대학 두 곳과 복수학위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학생을 단 한명도 보내지 못 하고 협정을 중단한 상태다.

단과대학·학과 차원 복수학위 협정 늘어

단순히 협약서를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국제교류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복수학위 협정을 맺는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 협정 체결단계에서부터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전공, 학과를 제한하거나 아예 단과대학이나 학과 차원에서 복수학위 협정을 체결하기도 한다. 건국대-라이어슨대(항공우주공학과), 동국대-텍사스대(경영대학, 공과대학), 부산대-메릴랜드대(기계공학과), 전북대-노스다코타주립대(경제학분야), 전주대-블룸필드대(경상, IT), 한남대-프로비던스대(영문학과), 한양대-일리노이공대(공과대학) 등이다.

서울대는 석박사과정에 한해 13개 대학과 복수학위 협정을 맺었고, 성균관대는 경영학·경제학·물리학·화학·공학 등의 분야에  한해 복수학위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는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많은 곳을 찾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대학 등과 복수학위 협정을 맺었다.

복수학위제 시행엔 교수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영남대 상경대학은 지난 2003년 세인트존스대와 3+2 학·석사 복수학위제를 시행할 당시 이효수 총장(당시 상경대학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영남대 상경대학 학부과정을 3년간 이수한 후 세인트존스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과정을 2년간 이수하면 영남대 학사학위와 세인트존스대 회계학 석사학위를 동시에 받는다. 이 총장은 당시 협정체결 과정에 나서 세인트존스대에서 공부할 때 수업료 전액을 면제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대학간에 전공, 학과를 비슷하게 조율하면 학생들도 유학생활에 쉽게 적응한다. 경희대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대학 차원에서 복수학위 협정을 맺어도 전공·학과별로 커리큘럼을 다시 짜야한다. 단과대학, 학과에서 복수학위제를 시행하면 대학본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두 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단과대학, 학과에서 복수학위 협정을 체결하고 본부와 조율하는 과정이 쉽게 이뤄진다면 복수학위제 시행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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