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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면담 주로 활용 … 같이 식사하며 고민 나누기도
토론·면담 주로 활용 … 같이 식사하며 고민 나누기도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5.07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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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조사] 교수 30명이 말하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자율적 선택이 모든 것의 해답은 아니다. 대학생이 학문적 소양을 배양하는 데 스스로 모든 과정을 조직화할 자율적 능력이 있다는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 강진아 경북대 교수(사학과)

“학생이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문제다. 시류에 휩쓸려서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할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 김태명 전북대 교수(법학과)

 

학생이 문제일까, 대학교육이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회인식의 탓일까. 교수사회에서 ‘요즘 학생들’에 대한 평은 세대 차이를 넘어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극렬하게 맞서 있다. 다분히 학생들의 뚜렷해진 개성이 교수 특유의 고고함과 충돌하는 자연스러운 세대차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애타는 교수들의 속내가 자못 궁금해진다.
<교수신문>은 교육학생면 ‘나의 강의시간’에서 학생들과 ‘마주하기’에 힘써 온 필진 30명에게 ‘학생들과 소통하기’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지방대 12곳(교수 18명), 수도권 소재 11곳(교수 12명)이 참여해 지방과 수도권 대학의 비율에 균형을 맞췄고, 총 14개 전공의 교수들이 의견조사에 참여했다.

 

냉담하기만한 ‘요즘 학생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대학은 학문과 취업의 딜레마에서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경희대 수업 모습                                                                                          사진: 최성욱 기자

무관심 30%, 개인주의 17% 공감 

 
‘요즘 학생들이 예년과 비교해 다른 점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30%가 ‘사회문제와 인간관계에 무관심하다’고 답했고, ‘개인주의 내지 이기주의적이다’, ‘인내심과 의지가 약하다’가 각각 17%로 뒤를 이었다. ‘안락과 편리를 추구’하거나 ‘깊은 생각과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은 13%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책임의식과 주체성 약화’, ‘인문학적 소양 부족’, ‘학점에만 골몰한다’는 응답이 주를 이룬다. 긍정적인 관점은 ‘뚜렷한 주관’, ‘거침없음’, ‘발랄함’(각 3%) 정도에 그쳤다. 선택지나 예시 항목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교수들이 ‘무관심’ 혹은 ‘인내심과 의지가 약하다’는 점 등에서 의견을 같이 한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요즘 학생들’의 특성을 잘 드러내주는 키워드로 17%가 ‘개인주의’를 꼽았다. ‘불확실성’, ‘자신감’, ‘개성’, ‘디지털’ 등에서 7%씩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이자 사회적 이슈인 ‘취업’과 관련된 키워드는 10%에 그쳤다. 대신 교수들이 바라보는 학생들의 가장 주된 고민거리로 ‘취업’(57%)이 첫손에 꼽혔고, ‘진로고민’(43%), ‘전공과 학업’(20%)이 뒤를 이었다.

교수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전공과 취업을 아우를 수 있게끔 수업을 바꾸어 나가야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업의 선발방식에 가장 큰 불만을 쏟아냈다. 
장영우 동국대 교수(문예창작학과)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외국어 점수 등은 전공과 관련 없이 입시 준비하듯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일정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점수를 얻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여기에 전념하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학생들이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되는 수업에 몰리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학생들은 자기 전공과 상관없이 대기업의 신입사원 선발제도에 따라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많은 교수들이 ‘기업 맞춤식’ 교육을 대학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학생들 이목끌 수 있게 ‘다가가기’

사회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학생들, 더구나 신입생조차도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긴장’을 어떻게 풀어주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강의력 만큼은 학생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는 교수들조차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소통하기’는 제한적이다. 50%가 ‘질의·응답’으로, 17%가 ‘발표 및 토론’ 시간에 학생들에게 다가간다고 밝혔다. “사회이슈로 학생들의 눈길을 잡으려하지만 반응이 썩 좋진 않다”, “예의 없는 학생에게는 직설적으로 응대한다”, “수업 뒤풀이는 이제 안한다”는 의견은 학생들의 냉담한 반응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교수들의 恨마저 서려있다.

 


수업시간 이후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주된 경로는 ‘면담’(43%)이다. 매달 면담이 가능한 시간을 정해 ‘면담 시간표’를 연구실 문에 붙이거나 수업시간마다 공지하는 교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생들이 직접 찾아올 경우’에 한정돼 있어 수업시간 외 학생지도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업관련 세미나나 학생들의 과제물 작성 과정에 참여한다(27%)든지 동아리 지도(23%)에 나서거나 학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를 시도하는 교수들도 눈에 띈다.주로 식사시간을 활용하는 최혜영 전남대 교수(사학과)는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한다. 상한선은 하루에 4명이다. “식사는 어차피 해야 하니까 시간적으로도 부담이 없고, 교수식당을 이용하니 경비도 크게 들지 않는다.” 여러 전공 학생들이 뒤섞여 있는 교양 수업에서 효과가 짭짤하다.

사제간 소통불능과 취업난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발표와 토론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학교육의 목표를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배양에 둠으로써 전공 교육과 실무능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는 대안이다. 강한균 인제대 교수(국제경상학부)는 “3학점 수업으로는 형식적인 토론밖에 못한다. 수강과목 수를 줄이고 과목당 4~5학점으로 늘려야 토론능력을 키우고 학습량의 집약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수들, 자성의 목소리도

자기중심적이고 무관심한 학생들의 인식을 탓하면서도 수업분위기를 이끄는 주체는 결국 교수다. 학생들 못지않게 교수부터 각성하자는 목소리에는 신경질적 반응까지 녹아있다.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윤리를 교수라고 해서 초월할 권리가 없다.”(박여성 제주대 교수), “창의적·독창적 학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대학내 ‘정치’를 우선시한 무사안일 풍조는 대학교육 발전의 걸림돌이다.”(최재목 영남대 교수)

‘종잡을 수 없는’ 학생들과 ‘다가서기’를 주저하는 교수들, 취업난에 따른 대학의 ‘역할 갈등’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소통”을 부르짖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1학기도 반환점을 돌았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사학과)가 주장하는 자성적 비판은 교육자의 본분에 고민을 던져준다.

“교수들의 이기주의 탓에 오히려 학생들이 교수를 포기하고, 나아가 사회가 병들어 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현행 대학교육의 가장 큰 병폐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의견조사에 참여한 교수(가나다 순)
강진아 경북대 교수(사학과), 강한균 인제대 교수(국제경상학부), 고인환 경희대 교수(국어국문학과), 김동한 동국대 교수(북한학과), 김미도 서울산업대 교수(문예창작학과), 김인섭 숭실대 교수(문예창작학과), 김진석 인하대 교수(철학과), 김태명 전북대 교수(법학과), 김형철 연세대 교수(철학과), 노대환 동양대 교수(교양학부), 류해춘 성결대 교수(국어국문학과), 맹문재 안양대 교수(국어국문학과), 박경로 경북대 교수(경제학과), 박경 성신여대 교수(지리학과), 박섭 인제대 교수(국제경상학부), 박순준 동의대 교수(사학과), 박여성 제주대 교수(독일학과), 박찬수 동덕여대 교수(교양학부), 박태일 경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이강옥 영남대 교수(국어교육과), 이영호 인제대 교수(사회복지학과), 이준 한국외대 교수(교육대학원), 장영우 동국대 교수(문예창작학과), 정경량 목원대 교수(독일언어문화학과), 정영도 동아대 명예교수(철학과),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최혜영 전남대 교수(사학과), 최호진 단국대 교수(법학과), 한상태 호서대 교수(정보통계학과), 함연진 호서대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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